(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실제로 인재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크게는 국가의 인사에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고, 작게는 배우자와의 결혼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고사를 통해 본 인재 판별법'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후한 시대 관료인 유소가 쓴 '인물지'를 인용해 인사권자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7가지 이유를 정리했다.
노 연구위원은 "유소의 7가지 이유 중 합리적인 인사 결정을 위해서는 인사권자가 개인적 감정이나 선호에 편향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를 알아봐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전부 남의 차지가 되고 만다"며 "사람이 쓰다 소모되면 버리는 자원이 아니라 무한한 지혜와 창의, 열정의 원천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인재를 아끼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노 연구위원이 정리한 유소의 7가지 이유를 간략히 옮긴 것.
▲ 명성이 실력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 동료, 부하, 상사 등 두루 평판 조회를 해 인물을 파악하지 않고 동향·동문 등 지인들로부터 편향된 의견을 참조한다.
▲ 감정·선호에 지나치게 좌우된다 =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준에 따라 사람을 잘못 평가한다. 특히 인사권자가 감정에 휘둘리면 우직한 사람보다는 재빠르고 간사한 인물들이 판을 치게 된다.
▲ 그릇의 크기를 겉보기만으로 판단한다 = 호방한 사람에 비해 신중하고 겸손한 성품을 가진 사람은 뜻과 야망이 크더라도 그릇이 작다고 과소평가된다. 유소는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인물이 최상의 인재라고 지적한다.
▲ 자질을 성취의 늦고 빠름만으로 판단한다 = 인재마다 재능이 꽃피는 시기가 다른데 이를 간과한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고사성어로 유명한 오나라의 여몽도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훗날 크게 성공한 인물이다.
▲ 자신과 비슷한 부류만 좋아한다 = 자신과 유사한 인물의 단점은 간과하고, 상이한 인물의 장점은 평가절하한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인 마속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이 산 탓에 북진에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다.
▲ 당장 처한 상황으로만 인물을 판단한다 = 성과가 매우 좋을 때에는 그 사람의 실제 재능보다 평가가 지나치게 좋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성과가 나쁠 때에는 실제 재능보다 평가가 박하다.
▲ 인재를 겉만 보고 판단한다 =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사이비 인재를 제대로 추려내지 못하고 화려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인물을 얼핏 보고 탁월한 인재로 여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1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