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금품수수는 인정, 대가성은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000 피고인 오셨습니까"
10일 오전 11시께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정경위가 미리 피고인들의 출석을 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동아제약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150만∼700만원의 벌금형에 약식기소된 의사 105명 중 91명이 정식 재판을 청구해 함께 법정에 서게 되다 보니 피고인의 출석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장이 피고인의 신원과 출석 여부를 점검하지만, 이날만큼은 재판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법정 경위가 미리 출석체크를 하고 피고인별로 지정좌석제도 운영했다.
법정 입구에는 피고인들이 자기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극장처럼 좌석 배치표가 붙었고 좌석에도 일일이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중앙지법에서 가장 큰 대법정이지만 피고인 좌석과 변호인 좌석을 빼고 나니 일반 방청객이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좌석은 20석 남짓이었다.
하지만 정식 공판 전의 준비기일인 이날 법정에 참석한 피고인은 3명뿐이었다. 변호인 40여명만 자리를 꽉 채웠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송영복 판사는 "피고인에게 참석을 권유했고 많이 나올 줄 알고 자리까지 만들었는데 많이 안 나오셨다"며 "준비기일에는 반드시 참석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공판기일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약식기소된 의사 91명 중 87명은 변호인을 통해 동아제약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했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했고, 다른 2명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감액을 요청했다.
일부에서는 리베이트를 준 쪽뿐만 아니라 받은 쪽도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청구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재판을 진행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송 판사는 그럴 경우 시일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며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 판사는 대규모인 피고인 수와 법정 사정 등을 고려해 다음 기일을 석 달 뒤인 9월16일로 잡았고, 이례적으로 그 이후의 재판 일정까지 11월11일과 내년 1월13일로 각각 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동아제약으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최고 수천만원까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05명을 약식기소했고 이들 가운데 91명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정식 재판 청구서를 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0 1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