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초동 세모녀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가장
강모(48) 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엘리트로 살다가 실직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지 못한 점과 가족을 자신의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상의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한 강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가족에 대한
독립심이나 어려움을 이겨내는 능력을 키워주는 가정 교육 등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김복준(수사학) 중앙경찰학교 교수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상대적인 박탈감 등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유한 환경에 익숙해져 일순간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인과 자식 등 가족을 자신의 소유로 인식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함께 한국적 가장이 벌이는
범죄의 전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원(범죄심리학) 용인대 교수는 "가장으로서의 과도한 책임의식 때문에 자신이 죽으면 자식이나 부인도 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저지른 행동"이라며 "한국만의 가부장적 문화가 투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강 씨가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성격과
제대로 된 윤리교육 등 가정 교육이 부족했던 탓이란 진단도 내놨다. 배상훈(경찰학)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가족들이 자신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뒤집어 보면 강 씨가 가족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강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9일쯤 현장 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 당시 살해된
가족들에게 별다른 저항 흔적이 없던 점에 미뤄 수면제 등 약물에 중독됐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세 모녀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고 말할 뿐 줄곧 '죽여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