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어렴풋한 궁금증만 있었는데 직접 와보니 내 안에 무언가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의 모국방문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입양인 브라이언 발콤(한국명 이경일·33) 씨는 5일 방문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여동생(29)도 입양인인 발콤 씨는 13살 때인 1993년 철길 위에서 자전거를 타다 떨어져 허리를 다쳤고 가슴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됐다.
5년 전 이 캠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친부모를 찾은 여동생이 그에게 꼭 한국에 가보라고 설득했지만 결심은 쉽지 않았다.
미국보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할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입양서류에 따르면 어린 미혼모였던 생모를 찾을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살 때 자신을 찾아왔던 수녀님을 생각했다. 서울의 한 수녀원으로 보내진 그를 9개월 때까지 돌봤던 수녀님이었다.
그는 누군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자신을 기억하고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지금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있을 친부모에게 부담되기 싫어 친부모 찾기는 포기했다.
"혹시라도 그들이 나를 만나기 원해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왜 나를 키울 수 없었는지 묻고 그다음엔 가족 병력을 알고 싶어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거든요."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여동생이 친 가족을 찾은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에 씁쓸함이 스친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한국이 자신의 '잃어버린 일부'라며 반드시 가겠다고 했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 와본 한국이지만 무언가 친근하고 내가 어딘가에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 오려고 합니다."
입양인이자 장애인. 소수 중의 소수이지만 그는 미국에서 연극 제작·연출자로 활동하면서 스키, 카누 등을 즐기며 열정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서울과 전주, 목포 등을 다녔다는 그는 "도시 전체가 장애인은 밖에 나오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국제적인 도시라고 생각한 서울까지 이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을 줄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국은 입양이 많은 나라인데 다들 입양을 언급하는 걸 꺼린다고 하더군요. 역사적인 경험으로 동질성을 추구하는 건 알고 있지만 입양·장애 같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터놓고 이야기하면 더 흥미로운 곳이 될 겁니다. 다음번 방문 때는 그런 한국이 보고 싶어요."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5 14: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