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쿨한 여자 = 소설가 최민석의 두 번째 장편소설.
젊은 남자와 더 젊은 여자가 애인이 된다. 여자에게 군대 간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남자가 분노할 때 여자는 "지금까지 너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 내 평생의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둘은 헤어지고 3년 후에 재회한 날 남자의 집으로 간다.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짧은 시간이 지나고 여자는 쿨하게 "갈게"라고 말하며 출근한다.
하루에도 뛰었다 누웠다 앉았다 일어서길 반복하는 제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인간이 타인의 진심을 가늠하고 짚어내는 건 부질없는 일일지 모른다. 사랑으로 엮였던 사이라면 상대의 마음에 대한 짐작이 오해만 낳기 십상이다.
이 여자, 쿨한 여자일 수도 있고 못돼 처먹은 여자일 수도 있다. 소설은 상대방 마음의 속도도, 방향도 알기 어려운 걸 알면서 끝없이 갈팡질팡하는 심사를 불러내온다. 상대의 속을 몰라 애태우는 일은 개인사에서 천둥 치고 소낙비 오는 일이라 피하기 어렵지만 차라리 털썩 주저앉아서 제 마음의 모양을 헤아리는 게 유익한 일일지 모른다. 물론 사람이 유익한 일만 골라 할 줄 안다면 애초에 이런 사달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1부 '쿨한 여자'는 2부 '쿨(해지지 못)한 남자', 3부 '쿨한 남녀', 4부 '쿨한(체 지낼 수밖에 없는) 남자'로 이어진다. 작가는 1부를 단편소설로 쓰고 나서 2∼4부로 확장했다고 한다.
다산북스. 192쪽. 1만2천원.
▲다시, 희망에 말을 걸다 = 유안진 시인, 이해인 수녀, 소설가 조경란, 최일도 목사 등 19명의 각계 명사들이 '희망'을 가지고 쓴 글을 모았다.
손택수 시인은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 '검둥이'와의 추억을 꺼냈다. 상처를 받으면 검둥이를 학대하는 것으로 풀던 어린 날의 시인 앞에서 검둥이가 꼬박 일주일을 굶은 뒤 눈을 감는다. 할머니는 쥐약을 먹은 모양이라고 혀를 차지만 시인은 검둥이가 자살한 것이라 여긴다. 내내 죄책과 속죄의 마음으로 살아가던 시인은 '흰둥이 생각'이라는 시로 참회한다.
시인은 "검둥이에 대한 멍든 그리움으로 유년 시절을 지배하던 외로움과 서러움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외로움과 서러움이야말로 모든 숨탄것들의 존재 조건임을 간신히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썼다.
작고한 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와 동화작가 정채봉 씨가 생전에 쓴 글도 함께 실렸다.
북오션. 240쪽. 1만3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5 16: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