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펴낸 우용태 경성대 조류관장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유별나게 새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다.
물총새가 물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이웃집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틈만 나면 물총새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림을 그려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총새는 없었다.
중학교 때는 과수원에 있는 새 둥지를 보러 들어갔다가 도둑으로 몰려 매를 맞기도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산에 새를 보러 갔다가 간첩으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간 적도 있다.
전국의 새를 찾아다니며 새 연구에 팔십 평생을 바친 우용태(80) 경성대 조류관장 이야기다.
"이웃집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물총새를 말도 못하게 찾아다녔어요. 할아버지의 이야기처럼 '그림을 그려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물총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물총새의 행동이나 생태는 많이 관찰할 수 있었지요. 시간만 나면 산으로 새를 찾아다녔는데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간첩으로 오해를 받아 경찰서에 서너 번 잡혀갔어요. 그래도 새와의 인연을 끊을 수 없었죠."
평생 찾아다닌 우리나라 새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추수밭)를 펴낸 우 관장은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새에 대해 너무 모르고 틀린 부분이 많다"면서 "새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새를 보고 있으면 그저 즐거웠다"는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 까마귀, 비둘기, 갈매기, 기러기 등 새의 생태부터 새와 관련된 전설, 속담에 이르기까지 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까마귀는 새끼가 자라면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준다고 해 옛날부터 '효조'(孝鳥.효도하는 새)라고 불렀는데 거짓말이에요. 오히려 오랫동안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대표적인 새가 까마귀에요. 먹이를 많이 받아먹은 새끼는 어미보다 크기가 큰데 아마 큰 새가 먹이를 받아먹고 있으니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준다고 사람들이 생각한 것 같아요. 고사성어 중에 (도요새와 조개가 싸우다가 둘 다 어부에게 잡혔다는)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말이 있는데 수십 년간 도요새를 관찰했지만, 대합 같은 큰 조개를 먹으려 하는 도요새를 본적이 없어요."
까치, 까마귀에게 말을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안녕'이라고 말을 하는 까치가 TV에 나온 적이 있어요. 까마귀는 까치보다 훨씬 영리하기 때문에 말을 가르치면 잘 따라 할 것이에요. 물론 까치나 까마귀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꾸준히 훈련시켜야 해요."
전 세계 조류 1만 종에 우리 말로 된 새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하던 우 관장은 시력 악화로 작업을 중단한 상태.
그는 "5천 종까지 하다가 눈이 좋지 않아서 포기했다"면서 "눈은 안 좋지만 그래도 기력이 있을 때 사람과 동물의 생활을 비교하는 글 등을 집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5 17: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