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만든 에너지자립주택 ‘살림집’, 진로를 찾은 비진학 청소년 …”
(사진제공: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연금술사 일학교’, 12월 10일 저녁 6시 하자센터 본관 2층 999클럽에서 수료식 열어 8명의 수료생 배출. 지난 1년간의 경험을 참여 청소년들이 에세이 낭독, 토크쇼 형식을 통해 선보여 하자센터 본관 앞에 컨테이너를 활용한 에너지자립주택을 건축 중인 ‘살림집’ 프로젝트는 연내 완공 후 서울 시내 적정기술을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올해 연세대와 JP모간이 뜻을 모아 함께 출범한 청(소)년 대상 현장 연계 교육사업 ‘자생, 삶의 기반’ 중 하자센터가 주관하는 두 혁신적 교육 프로젝트가 1년의 과정을 마치고 연말 풍성한 성과를 거두어 관심을 끌고 있다. 비진학 청(소)년의 지역 기반 일자리-진로교육 통합 모델인 ‘연금술사 일학교’와 적정기술을 적용한 에너지자립주택 건축을 통해 청년 전문가를 키워내는 ‘살림집’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JP모간이 3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하고 연세대 현장기관인 하자센터와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청년허브)에서 주관해 올 한 해 진행된 ‘자생, 삶의 기반’ 사업은 소득양극화, 만성적 실업, 사회안전망 미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 청년층의 자생(自生)을 목적으로 한다. 주력 분야는 요리와 청년주거. 요리의 경우 스펙이나 기술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층에게도 진입장벽이 낮으며,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년주거 역시 새롭게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청년층이 주체가 되어 적정기술을 비롯해 공동주거, 도농연계, 귀촌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014년은 이 두 분야에서 사례를 만드는 것에 주력,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진로/주거 모델을 시도해 보았다.
요리와 청소년을 연결시킨 ‘연금술사 일학교’는 하자센터와 2011년 창업한 도시락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를 중심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비진학 청소년/청년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식회사 연금술사가 함께한 프로젝트. 지난 봄 서울 및 경기 지역 각 고등학교 및 직업교육기관, 자립시설 등을 대상으로 모집 및 추천을 거쳐 10명의 청소년을 선발했고, 5월 9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기초과정-심화직능교육-취업 등 3단계로 진행된 것이 연금술사 일학교의 특징이다. 5월부터 7월 중에는 일주일에 3일로 짜여진 기초과정에 들어가 하루는 공통 프로그램으로 여성네트워크 ‘줌마네’와 함께 연남동, 상수동, 서촌, 혜화동 등에서 지역 문화를 일궈가고 있는 가게 창업자들을 만났고 나머지 이틀은 마포 성미산 마을 소재 ‘소풍가는 고양이’ 업장에서 현장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8월부터는 사회적기업 ‘오요리 아시아’와 ‘소풍가는 고양이’ 두 팀으로 나뉘어 4개월 간의 본격적인 직능교육에 돌입했다.
숨가쁘게 1년을 달려온 이들의 이야기는 12월 10일 오후 6시 하자센터 본관 2층 999클럽에서 열리는 수료식에서 들을 수 있다. 원현주(고 3, 19세)는 “처음 시작했을 땐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12월부터 한 자리에 모여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는 평가작업을 통해 자기 진로를 결정한 연금술사 일학교 청소년들은 에세이, 토크쇼 등을 준비해 부모, 멘토, 친구 등 수료식을 찾는 이들과 소감을 나눈다.
총 8명이 수료를 하는 이 뜻 깊은 행사의 제목은 ‘평범한, 어린 젊은이’다. 청소년 노동이 각종 부당대우로 얼룩진 ‘알바’ 수준인 현실에서 청소년에게 지역 내 믿을 만한 일자리, 나아가 안전망을 찾아주고자 시작한 연금술사 일학교의 취지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특히 이 수료식은 마을에서 인정과 격려를 받는 직업인으로 성장한 주식회사 연금술사의 청년 선배들이 기획과 준비를 맡아 더욱 뜻깊다. 이들은 이번 교육과정 내내 함께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곁들여지는 음식도 멘토 역할을 맡은 ‘소풍가는 고양이’와 ‘오요리 아시아’, 성미산 이웃사촌인 ‘동네부엌’에서 준비, 초대와 환영의 마음을 담은 마을잔치 분위기로 준비된다.
‘연금술사 일학교’의 경우 참여 청소년이 모두 일반고 2, 3학년생으로서 현재 교육계 상황에서 기인한 비진학 청소년 이슈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자센터가 지난해 연구사업을 진행해 관심을 얻은 바 있는 이 이슈는 일반화 공동화 현상과 함께 대학 진학과 비진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잠재적 ‘비진학’ 청소년이 늘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 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원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사회생활의 전부인 나이지만 진학은 불가능하거나 원치 않고, 취업교육은 받지 않은 채 마치 실업자처럼 체념한 상태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26일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서 사례가 소개되었을 때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안전한 일자리와 진로교육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취지 아래 참여 청(소)년에게 교육 프로그램 및 월 30만원의 장학금을 3개월간 제공하고, 대신 교육생들은 공부하는 틈틈이 ‘소풍가는 고양이’ 및 연계 업장에서 일을 하는 파격적인 구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시립기관과 서울형 사회적기업이 주관을 하고 다른 사회적기업 및 지역 소상공인, 여성 문화작업자 네트워크, 청년 소셜벤처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그룹들이 고루 참여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지속가능한 진로를 지향하는 커뮤니티 기반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금술사 일학교’는 올해 교육과정을 잘 정리해 커리큘럼북을 만들고 있으며 확산을 위한 2차년도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이 지역 직업 현장에서 진행되었던 연금술사 일학교와는 달리 또 하나의 프로젝트인 ‘살림집’은 하자센터 본관 앞에 자리잡고 있다. 선박 컨테이너 세 개 동을 기반으로 빗물, 태양열, 태양광, 텃밭, 먹거리, 퇴비화 등 다양한 관련 적정기술을 적용한 에너지자립주택을 건축한다는 야심찬 시도로서, 하자센터 산하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청년들이 1년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하자작업장학교는 지난해부터 청년과정을 개설하면서 도시농업과 적정기술,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실습을 계속해왔다.
‘살림집’ 프로젝트는 연금술사 일학교와 함께 지난 9월 열린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 참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때 청년들은 살림집의 기획취지, 설계내용과 진행과정을 소개하면서 살림집의 지붕에 올려 전기 공급을 담당할 소형 태양광 패널을 직접 제작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태양광 발전은 이러한 워크숍들을 통해 다양한 층의 참가자들이 만든 결과물로 총 40개 패널 제작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8개의 패널 제작을 완료한 상태다. 또한 청년들이 직접 설계하여 ‘살림집’ 1층 카페에서 사용될 TLUD형 화목난로(일반적인 화목난로보다 연소시간이 길다. 위에서 착화하여 아래로 불을 지피고(Top Lit) 가스화 과정은 아래에서 위로 진행(Up Draft)되면서 고온연소되는 방식)는 전주대 친환경녹색적정기술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모델 제작 및 양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1, 2층으로 연결된 로켓매스히터(간이구들형태의 난방장치)나 단열효과를 높이기 위한 내외벽마감은 헌옷, 흙과 볏짚, 천연페인트 등 천연재료나 재활용품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 청년들은 ‘살림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적정기술의 공유 및 확산을 위해 올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관련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지난 9월~10월 중에는 서울시의 후원을 받아 ‘서울형 적정기술쟁점 연속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과 필리핀 등 이웃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 필리핀에서 적정기술 관련 포럼을 열기도 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연대해나갈 예정이다.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아시아 청년들을 주축으로 한 적정기술 네트워크 구축은 ‘살림집’의 본격적인 활용과 함께 이 프로젝트의 향후 주요 과제이다.
‘살림집’은 내년에는 하자마을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게스트하우스이자 카페로 기능하면서, 지역 적정기술 장인들의 제품을 소개하고 워크숍도 진행하는 등 서울 내에서 적정기술을 알리는 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올 한 해 ‘자생, 삶의 기반’ 사업은 지역사회를 현장으로 한 청소년의 일-학습 통합 교육, 적정기술을 적용한 청년 주거 건축 등 기존 사례가 없는 프로젝트들로 출발해 올 한 해 충실한 사례를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현 시대 및 사회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혁신성까지 주목하는 JP모간의 기업 사회공헌 방침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JP모간 임석정 대표는 “청소년, 청년의 자립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관심을 쏟아야 할 핵심 이슈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연금술사 일학교’와 ‘살림집’ 프로젝트는 이 점에서 올 한 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JP모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소개
1999년 12월 18일에 개관한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하자센터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는 진로 설계 및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장년들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청년창업, 사회적기업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하자센터 내에는 다섯 개의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프로젝트, 수시로 열리는 다양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문화 예술 분야 여덟 개의 인증 사회적기업과 다수의 청년 문화작업자 집단이 상주하고 있다. 이 결과 하자센터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어울리면서 창의적으로 학습하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마을이 되었다. 이들은 ‘하자마을’ 곳곳에서 더불어 잘 살기 위해 신나는 일을 벌이면서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