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국회통과
예산, 정부안보다 6000억 삭감-취약계층 예산은 추가반영
2일 국회에서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은 당초 정부안에 비해 민생경제 분야와 안전 관련 분야에서 증액 폭이 컸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한 듯 대기업 비과세 혜택은 줄이고 중소기업은 다소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전체 예산을 6000억원이나 줄이면서도 지역 민원성 예산은 늘어 ‘깜깜이 심사’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 예산 증가=서민생활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회는 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보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육료를 3%(450억원) 인상했고, 맞춤형 보육시설 마련을 위한 사전보육 실태조사(8억원)와 시범사업 실시(20억원)에 예산을 책정했다. 교사 근무환경 개선비도 월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렸고,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의 운영비 지원을 169억원에서 252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고령화를 대비해 노인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여야는 노인들의 일자리 사업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당초 정부안보다 106억원 늘려잡았고,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도 추가로 289억원 반영했다.
농축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축수산물 개방을 앞두고 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득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농가사료 직거래를 위한 사료구매자금 융자 지원액을 35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렸고, 쌀 농가를 위한 농지 규모화 매매지원 단가와 이모작 직불금 단가를 인상했다.
취약계층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도 늘렸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액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었다. 이를 위한 정부 예산도 16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확대됐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지원 예산도 14억4000만원 늘렸다. 최저임금을 준수하는지 등을 살피기 위한 알바신고센터나 청소년 근로조건 지킴이 예산도 확대했다.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예산으로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했다.
대기업 혜택 줄이고 중소기업 혜택 늘리고=국회는 새해 예산안과 함께 예산 부수법안을 함께 처리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 대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액공제율이 인하(4%→3%)됐고,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 제도도 기본 공제율을 폐지했다. 부자들의 은닉 자산을 근절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 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물리던 과태료 상한을 1000만원 이하에서 취득가액의 1% 이하로 늘리고, 역외소득 자진신고 제도를 신설했다.
대신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개발한 특허권을 빌려주고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액감면 제도를 신설했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주던 세액공제액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했다. 국회는 또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적용 대상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기업 등을 추가했다.
지역 민원성 ‘쪽지예산’ 여전=여야는 내년도 예산을 정부안보다 6000억원 감액했지만 지역 민원성 예산은 큰 폭으로 늘렸다. 정부는 당초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지난해보다 300억원 가까이 낮췄었지만 국회에선 지난해보다 756억원 늘었다. 경제자유구역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도 정부안보다 54억원 증액했다. 2018년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예산(2874억원→2974억원)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예산(291억원→421억원)도 각각 큰 폭으로 늘었다.
세법개정 완료‥내년 세금 어떻게 바뀌나?
국회가 2일 본회의를 통해 최종 처리한 예산부수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담뱃세 인상이다. 여야의 합의로 당장 내년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오른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개별소비세 신설) △지방세법 개정안(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 인상)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등이다.
여야는 이에 더해 추후 물가 상황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르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도 국회 차원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담뱃값이 추가로 더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흡연 경고그림은 일단 빠졌다. 여야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른 경고그림 도입을 두고 추후 상임위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던 바 있다.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稅) 혜택은 다소 늘어난다. 월세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소득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세액공제는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액 중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소득공제보다 세 혜택이 더 크다. 국회 관계자는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정부가 1년에 한 달 이상 월세액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제대상도 총급여 5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세 부담도 줄어든다. 이 역시 소득세법 개정안에 담겼다.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한시적으로 3년간(2014~2016년) 비과세되고, 오는 2017년 소득분부터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올해로 끝날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도 2년 연장된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서다. 현재 근로소득자들은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신용카드(15% 공제율), 체크카드(30%), 현금영수증(30%) 사용금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고 있는데, 추후 2년간 혜택을 더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의 경우 소득공제율이 40%로 10%포인트 올라간다. 근로소득자들은 신용카드 등을 가장 기본적인 공제항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조특법을 통해 중산층 직장인들이 직접적으로 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야당으로부터 ‘부자감세’ 논란을 빚었던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도입(조특법 개정안)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법적 요건을 갖춘 고배당기업으로부터 지급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경감받게 된다. 분리과세 대상인 경우 14%에서 9%의 원천징수세율로 인하되고, 종합과세 대상인 경우 25%의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다만 대기업들은 세 부담을 더 안게 된다. 여야간 최대쟁점이었던 법인세 부분은 대기업의 연구개발(R&D)세액공제 당기분 공제율을 인하(조특법 개정안)하는 식으로 합의됐다. R&D세액공제의 당기분 방식은 당해연도 R&D 비용에 공제율을 곱해 공제되는 식이다. 현재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유예기간 4~5년차의 공제율은 10~25%, 중견기업은 8%, 대기업은 3~4% 수준인데, 대기업에 한해 1%포인트 낮춘 2~3%로 축소된다. 배당소득증대세제와 함께 ‘최경환표’ 3대 패키지 세법으로 불렸던 이른바 사내유보금 과세(기업환류소득세제)도 도입된다.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서다. 대기업들은 당기소득 중 일정액에서 투자·임금증가·배당에 지출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에 10%의 세율로 추가로 과세해야 한다.
다만 협상 막판 쟁점이었던 가업상속공제 확대안(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의 경우 마지막 본회의 표결에서 끝내 부결됐다. 가업상속공제의 기준이 현재 매출액 상한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오르는 내용이었는데, 여야 지도부간 합의에도 무산됐다 .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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