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국민들,“ 뭐하는 짓들인가?”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간의 폭로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들이 언론을 통해 서로의 치부를 공개하는 흙탕물 공방을 펼치면서 은폐됐던 권력 내부의 암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씨, 靑 문고리 3인방 중 2명과 통화=정씨는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항간에 떠돌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설' '청와대 정기적 방문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하지만 그가 시인한 것이 있다. 정씨는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는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안 비서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은 새로운 논란을 야기했다. 정씨가 수시로 이들과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정씨가 안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말한 부분은 지시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 정씨가 지난 4월에도 이 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힌 것은 조 전 비서관의 진술과 일치한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정씨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으나 통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4월 11일 퇴근길에 이 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정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정씨 전화를 받지 않은 직후인 4월 15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이 조 전 비서관을 불러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윤회
정씨, 박 경정·박지만 회장도 만나=정씨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 경정을 만났으며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맞불' 폭로전을 펼쳤다. 정씨는 "박 경정이 '자기는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 조 (당시) 비서관이 누군가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래서 만났고 거기서 제보를 받았다. 그래서 조 비서관이 이렇게 쓰라고 지시해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문건이 조 전 비서관 주도로 작성됐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또 '미행설' 이후 박지만 회장을 만났으나 '자신이 무릎 꿇고 얘기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박 회장에게 "내가 미행했다는 경위서를 보여 달라고 하니까 박 회장이 '연락을 주겠다'고 답한 뒤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 위증 논란까지…3인방 버틸 수 있을까=정씨는 자신이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후(2004년)로 이때까지 3인방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올해 박 회장 미행설과 국정개입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들 3인방과 다시 전화 통화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의 말은 엇갈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결과를 낳았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3인방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이 비서관은 당장 야당으로부터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정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2003년인가 2004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박 의원이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에 위증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타깃이 된 3인방이 청와대에서 버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폭로전이 계속되면서 이번 사건이 '정씨+3인방' 대 '조 전 비서관+박지만 회장' 간 싸움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크다.
국민들,“이게 뭐하는 짓들인가?” 김기춘 실장 책임론 대두
[정윤회 사태]를 바라보는 청와대 직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연일 기가막힌 정치공세와 언론보도가 이어지는데,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직원들도 '진실'을 알 방법이 없다. 대체, 누가, 왜 이런 문건을 유출해 이런 혼란을 가져왔는지 궁금증만 더해 간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정상적 계선라인과 비선라인의 암투와 충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 세상 어느 조직이든 항상 계선라인과 비선라인이 존재한다. 이런 양상은 기업체, 학교, 심지어 교회와 절 등 모든 기관과 단체도 마찬가지다. 정치권력의 최상층부인 청와대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청와대라는 최고권력기관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비선라인은 늘 존재해왔다. 역대 대통령중 비선이 없었던 대통령은 없었다. 미국 대통령이나 영국 수상, 독일 총리, 일본 총리도 비선이 있게 마련이다.
비선 보고는 무조건 나쁜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관료나 與黨(여당)의 계선 이외에 자신만의 정보 채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계선의 보고를 검증, 견제할 수 있다. 정보는 다양하게 섭취하되 판단은 주체적으로 하면 된다.
그렇다면 비선의 한계와 위험성은 무엇인가?
1.정보가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단계에서 검증되는 조직의 정보보다 개인적 정보는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2.비선이 대통령에 대한 접근권을 과시, 대통령 아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비선이 스스로를 노출시키면 더 이상 비선이 아닌 존재가 된다.
3.비선이 정보 제공이나 건의의 한계를 넘어 人事나 利權(이권)에 개입하면 범죄가 될 수도 있다.
4.인간적 관계나 연줄을 重視(중시)하는 한국에선 ‘대통령과 채널을 갖고 있는 사람’이란 소문이 날 경우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쏟아지는 청탁과 몰려드는 사람들로부터 맨 정신이나 비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5.평상심과 애국심과 지혜를 가진 先公後私(선공후사)의 교양인이 秘線 역할을 하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 대통령이 나서서 그런 이들을 비선으로 선택하는게 좋지만, 권력자가 그런 이들의 諫言(간언)이나 충고를 기분 좋게 수용하기란 어렵다.
6.박대통령의 경우도 비선의 존재 有無보다는 비선이 國政(국정) 운영에 긍정적 역할을 하였는지, 법률 위반이 있는지의 與否(여부)로 따져야 할 것이다.
지금 사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이렇게 된다. 청와대 정상계선라인의 수장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선라인이라고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와 그 휘하들(이른바 십상시)간의 내부 반목이 권력투쟁 수준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정윤회 및 이른바 십상시들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 입장에선 모두들 충직한 신하들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편은 [충신], 다른 한편은 [간신]으로 비쳐지는 양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십상시]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것이 바로 그런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대통령 입장에선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 편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정치적 외통수로 상황이 꼬여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 한 말단 행정관의 뉴데일리 기자와의 만남에서 쏟아내는 하소연을 들어보면:
"대체 청와대가 왜 이지경이 됐느냐. 한 나라의 국가원수 리더십이 사람들의 입도마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청와대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우리도 아는 게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 문제는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이 누구의 눈치를 보는지도 모른다는 거다.“
문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비선라인의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자신의 자리를 걸고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 그 정도 무게감을 갖춘 인물이라면 진퇴를 분명히 해야한다.
오늘 같은 사태가 오기전에 자신의 자리를 걸고 상황을 정리했어야 했다. 즉, 정윤회와 이른바 십상시, 비선라인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정면돌파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연초에 벌어졌던 사안을 그동안 이리 막고 저리 막고 미봉책만 남발하다 오늘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도 좋게 하려다 모두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안긴 셈이 되어 버렸다. 김 실장은 취임 이후 여러차례 국정 위기가 벌어졌음에도, 이렇다 할 리더십이나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응천 비서관
시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 두눈뜨고 못볼지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응천 비서관이나 정윤회씨 측이나 하나도 잘한 일 없다. 더불어 김기춘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국민들이 성스럽게 선택한 대통령 주위에서의 일로 ”진돗개, 사냥개, 십상시“라는 저잦거리 언어들이 나오는가? 국가를 위해 비판,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도 자제해야 한다.
국민과 주인을 위해 충성하는 개들이 서로 물고 뜯고 피티기며 싸우는가? 그들이 과연 충성스러운 개인가? 박매니아는 이들만이 아니다. 52%의 국민들이 다 박매니아 아니었던가? 지금 이런 문제로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추운 겨울 서민들은 경제난, 주택문제로 오돌오돌 떨고 있다. 박대통령에 대한 정치신뢰, 금이 가는 듯 위기가 오고 있다. 자신들만의 소아적 권력투쟁에 물든 이들은 더 이상 충성스러운 개들이 아니다.”고 혀를 차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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