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여주인공 '마그리트' 역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방금까지 퍼시와의 결혼식 후 장면을 연습하다 왔어요.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오해가 싹트는 부분이죠. 그래서 지금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빨리 가서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바다(본명 최성희·33)는 이미 배역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7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여주인공 '마그리트'로 분한다.
최근 연습이 한창인 남산창작센터에 찾아가 만난 바다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현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주변 배우·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식사는 하셨냐"는 인사를 건네며 주변을 살뜰히 챙겼다.
"문자 텍스트를 듣는 공연으로 실현하는 건 정말 섬세한 작업이에요. 낯선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죠."
'스칼렛 핌퍼넬'은 헝가리 출신의 영국 작가 바로네스 에무스카 오르치(1865-1947)의 동명 시리즈 소설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프랑스 혁명 막바지 과격혁명세력의 공포정치로 단두대에 피가 마르지 않던 시기 비밀결사대를 조직해 이중 생활을 하는 '스칼렛 핌퍼넬(퍼시)'의 이야기를 그린다.
바다가 분하는 '마그리트'는 변질되는 혁명과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에 환멸을 느끼는 프랑스 여배우다. 극장은 혁명재판소의 명으로 폐쇄되고, 그는 영국 귀족 '퍼시'와 결혼해 조국을 떠난다. 하지만 혁명세력의 권력자이자 옛 연인인 '쇼블랑'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그리트'는 이상을 꿈꾸는 박애주의자입니다. 귀족의 부패,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죠."
바다는 극 중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 게 수월하다고 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결단력도 있죠. 무엇보다도 마그리트의 직업이 배우이기에 더 애착이 가요."
실제 '국민 요정' S.E.S의 리드보컬로 먼저 주목됐지만, 안양예고 재학 시절 그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작 브레히트)의 주역에 발탁되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며칠 밤 끙끙대며 속상해 하던 게 그의 여고생 시절 기억의 한 조각이다.
학창시절의 꿈을 이룬 건 10년 전 뮤지컬 '페퍼민트'(2003)에 도전하면서다. 아이돌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1호'라는 기록도 세웠다.
"배우도 가수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뮤지컬 배우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연기, 노래, 춤을 모두 완벽히 소화해야 하는 멀티태스커니까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 '아마추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했죠."
지금도 그는 "노래는 진짜 못하는데, 연기는 정말 잘한다"는 연출가 이지나의 평가가 제일 듣기 좋았다고 했다. 뽐내는 소리가 아닌 감정을 실은 노래를 부를 줄 아는 '배우'임을 인정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연기 훈련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또 무슨 역할이든 성실하게 해내자고, 그게 작품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했던 게 뮤지컬 무대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 같아요."
그래도 가수의 업은 그의 삶 절반을 차지한다.
최근 KBS '불후의 명곡-이승철 편'에서는 '소녀시대'를 불러 우승을 했고, 올 가을에는 정규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다.
"밝은 느낌의 음악을 하려고요. 발라드보다는 밝고 명랑한 기분이 드는 음악을 선호하고, 드라마도 '해피엔딩'이 좋아요."
지금 가장 힘든 점은 "대사를 외우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바탕 호탕하게 웃어보이는 바다. "대본을 숙지한 순간부터는 최고를 보여줄 수 있다"는 그는 특유의 명랑함을 실어 말했다.
"일 년에 하나나 두 작품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욕심 부리지 않고, 책임감 있게 천천히 한 걸음씩 가려고 합니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 7월6일-9월8일(7월 2일-5일은 프리뷰 공연), LG아트센터, 5만-13만원, ☎1577-3363.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4 10: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