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실패-日의회회산 카드, 우리에게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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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아베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20여년간 계속된 경기 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를 중점 추진했다. 수출 중심인 대기업의 실적을 호전시키고 주가도 급등하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원자재와 생필품 수입 가격이 상승하는 바람에 중소기업과 서민에게는 오히려 고통만 강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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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싫어하는 국민들에게 '소비세 인상 연기' 명분 내세워
"국가부채 1000조엔 넘는데 증세 연기땐 재정파탄 가능성"
학계·언론계 등 비판에도 정치권 이미 총선바람 휩싸여
조선일보에 의하면,17일 발표한 일본 3분기 GDP 성장률 충격으로 주가가 3% 가까이 급락하고 환율이 출렁거렸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집권 자민당의 노다 다케시(野田毅) 의원은 "성장률이 너무 낮게 나왔다"고 했고, 연립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상당히 심각한 수치"라고 했다. 민주당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는 "연속 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GDP 쇼크'에 경기 대책이 아니라 '국회 해산' 카드를 꺼냈다. 이날 오후 호주의 G20 정상회의에서 귀국한 아베 총리는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대표를 만나 조기 총선 문제를 협의했다. 아베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해산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신당 오자와 사키히토(小?銳仁) 간사장은 "지금은 선거할 때가 아니라 경기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했지만, 이미 정치권은 총선 바람에 휩싸였다. 민주당과 '우리모두의 당'이 이날 내달 총선에 대비한 '공통 정책' 마련과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다.
아베 총리가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낸 것은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하던 '아베노믹스 실패'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아베노믹스가 엔화 약세를 촉발시켰지만,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 위축을 초래했다. 9월 가계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고 실질 수입은 6% 줄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내수 기업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고, 4∼9월 무역수지 적자가 5조4271억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총선 명분은 소비세 인상 연기다. 2012년 8월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공명당 합의로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비 증가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비세를 인상하는 '소비세 증세법'을 통과시켰다. 5%인 소비세를 2014년 8%, 2015년 10%로 올리는 내용이다. 아베 총리는 4월 소비세를 8%로 인상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소비세 인상 충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는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소비세 인상 시기를 1년 6개월 연기하는 공약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증세를 공약한 정당은 선거에서 참패하지만, 증세 유보를 공약한 정당은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본 '꼼수'이다.
증세 유보를 공약으로 700억엔(약 7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총선을 할 여유가 일본에는 없다는 비판도 많다.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산적한 정책 과제의 수행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말 국회 통과가 예정됐던 법인세 인하, 노동규제 완화 등 경제 관련 법안도 총선으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 법안들은 금융완화, 재정 정책과 함께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 관련 법안이다.
아베노믹스가 '니게노믹스(逃げノミクス)'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니게노믹스는 도망이란 뜻의 일본말 '니게루'와 '이코노믹스(경제)'의 합성어로 '도망경제정책'이라는 의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명분 없는 해산"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세 인상 연기는 일본 경제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는 "소비세 인상 유보가 장기적으로 금리상승과 국채가격 하락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국가 부채가 1000조엔이 넘는 상황에서 증세 연기는 국채 폭락, 금리 급등,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소비세 인상 연기가 확실시되자 이날 엔화가 한때 1달러당 117엔까지 약세를 보인 것도 일본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엔화를 팔자는 주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베노믹스 경제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가?
첫째,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가 이미 과중한 국가채무 부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말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43%로, 다른 선진국 대비 5~6배에 달한다. 일본이 추가 국채 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를 과도하게 추진할 경우, 일본 경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외국인 국채 투매로 국채가격 폭락과 금리 폭등을 촉발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재정악화를 우려해 올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이 그동안의 정책효과를 상쇄하며 경기 위축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1997년 4월의 소비세 인상 당시 분기 성장률이 -3.7%로 급락한 것을 볼 때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최근의 엔화 약세는 수출 증가 효과는 미미한 채 수입 부담만 늘리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엔고 시절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엔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온 조치들 때문에 막상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도 뚜렷한 수출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비중 축소로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어난데다 엔화가치 하락이 겹쳐 수입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 한 해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1천2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수출도 오히려 1.5% 감소했다.
넷째, 성장전략이 기대보다 미흡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TPP 가입 등 산업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부분적이거나 정책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닥치다 실패한 것은 자명해 보인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상쇄하기 위해 돈을 추가로 풀 경우 국채부담이 늘어나는데다 엔화 약세로 에너지 등의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에게 교훈은?
우리는 20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후 다시 경제를 살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웃 일본을 통해 배우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부동산 시장은 온기가 사라졌고 가계 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예산 증대로 재정건전성은 악화 일로에 있고 성장을 위한 국내 설비 투자마저 저조하다. 정부의 주도적인 거시 및 산업정책, 과감한 구조개혁, 민관의 정책 공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리더십과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때다. 경제상황이 이런데 "신혼부부 주택 무상 임대지원 이 왠말인가?" 경제원리를 모르는 '무상 표퓰리즘 사기꾼들'이 정치를 하면 국민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국가가 깡통을 찬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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