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현실의 사랑과 고민 '잠 못 드는 밤'

posted Jun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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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흔한 로맨스 영화에서는 두 남녀가 사랑의 결실로 행복하게 잘 사는 것으로 끝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금실 좋은 부부에게도 피하기 어려운 고민은 있다.

 

'잠 못 드는 밤'은 이렇게 현실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겪게 되는 삶의 여러 단면을 섬세하게 포착해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소박하지만 정제된 구도 안에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담은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결혼 2년차를 맞은 신혼부부 주희(김수현)와 현수(김주령).

 

작은 임대아파트에 꾸린 신혼살림이지만 두 사람의 일상은 아늑하고 행복하다. 여전히 짜릿한 사랑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더운 날에는 쭈쭈바를 빨며 손잡고 공원을 산책하기도 한다.

 

공장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맞이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마중나온 아내를 보고 남편은 활짝 웃는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들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도 부딪히고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멸치공장에서 일하는 현수는 사장의 요구로 일요일에도 공장에 나가 일하지만 수당을 더 주겠다는 말을 듣지 못해 불안해한다. 돈 얘기를 꺼냈다가 괜히 해고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주희는 친정 엄마에게서 빨리 애를 가지라는 성화를 듣는다. 자신도 적지 않은 나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가질 때가 됐지 않나 하는 압박감을 느낀다.

 

주희는 슬쩍 현수에게 아이 얘기를 꺼내보지만 삶의 무게를 느끼는 현수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서로의 마음속에 나름의 불안이 쌓여가면서 어느 날 부부는 큰 말다툼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영화는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누구에 비할 데 없이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행복의 참 의미를 전한다.

 

그러면서도 아이 출산에 관한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보는 사람 역시 함께 공감하고 고민하게 한다.

 

초과 근무 수당을 안 주겠다는 사장과 싸우고 그 자리에 아내와 아이가 함께 나타나는 악몽을 꾸는 현수의 심리는 이 시대 수많은 젊은이가 느끼는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꾸밈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야기의 힘을 두텁게 한다.

 

65분의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은 2시간 넘는 영화들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데뷔작 '회오리바람'으로 주목받은 장건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JJ-스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에든버러국제영화제 학생비평가상 수상을 비롯해 밴쿠버국제영화제, 도쿄국제영화제, 낭트3대륙영화제 등 10여개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5월 3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min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1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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