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최근 잇따른 사건으로 군에 대한 신뢰가 급락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현역 육군 대령이 술에 취해 맥주 컵으로 중령의 머리를 가격하는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장병 교양 등 정신전력을 극대화시키고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정훈부 수뇌부 모임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해 더 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7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 5일 육군본부 이붕우 정훈공보실장(육사 40기·준장)의 환송회에서 정훈과장인 A대령이 B중령의 머리를 맥주 컵으로 때려 B중령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B중령은 정수리 부근이 찢어져 3바늘을 꿰맸다. 육군에 따르면 A대령은 계룡대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열린 환송회자리에서 만취해 이 실장에게 반말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곁에 있던 B중령이 이를 만류하자 맥주 컵으로 내리쳐 부상을 입힌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육군 헌병대는 가해자인 A대령과 당시 환송회 자리에 동석했던 인물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실장 전출 환송식을 겸해 지난 5일 오후 17시30분께 계룡대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환송식이 있었다. 상황은 20시30분께 발생했는데, A대령이 맥주잔으로 B중령의 머리를 가격해 정수리 부근이 찢어져 3바늘을 꿰맸다"며 "무슨 이유로 때렸는지, A대령이 행패를 부렸는지 여부는 현재 헌병이 조사 중이라 확인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폭행 상황에 대해서는 "20시30분께 B중령이 건배제의를 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폭행이 벌어져 두 사람을 떼어놨고 당시 B중령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민간 병원으로 이동한 뒤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A대령이 갑자기 일어나 건배사를 하는 B중령의 머리를 맥주 컵으로 가격했다"며 "야자타임을 하다 반말을 해서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헌병 조사에서 A대령이 행패를 부리고 막말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헌병이 조사 중이라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 현병의 보고는 첩보 수준이었다"며 "오늘부터 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 그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어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A대령과 B중령 사이에 시비가 붙었던 것인지, 이 실장에게 A대령이 대들었던 게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술을 하다 보니 약간 취기가 오른 상황이었다. 음주 도중 일어난 내용이다"고 말했다.
징계위 회부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들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헌병 조사에 임하고 있다. 이 실장도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안다.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예정이다"며 육군참모총장도 어제 오전 보고를 받고 정상적으로 철저히 조사해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회식 자리에는 육군 간부 37여명 가량이 모였고 폭탄주를 돌리며 긴 시간 음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관계자는 "A대령이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폭탄주는 다 돌리지 않고 일부 인원만 몇 잔씩 한 것으로 안다. 전체적으로 돌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식자리의 주인공인 이붕우 실장은 10일 이취임식을 끝으로 물러나 올해 연말 전역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초 부하 여군 장교를 성추행한 17사단장이 구속되는 등 군 장교들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해 군 전체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폭력행위가 군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병영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또 다시 영관급 장교들 간의 음주 폭행으로 허언이 됐다. 게다가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이끄는 정훈부 지휘관들의 모임자리에서 음주 폭행 사고가 벌어져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부대 해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