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박물관서도 구매..장연순 작가 작품도 팔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밀라노 한국공예전 등 최근 유럽 여러 전시에서 크게 주목받은 정해조(68) 배재대 명예교수의 옻칠 공예 작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 소장된다.
29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대영박물관 측은 국제아트오브제페어인 2013 콜렉트(Collect)에 선보인 정해조 교수의 옻칠 공예 작품(흑광율 0819)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공예청이 주관하는 콜렉트는 유럽 최고의 프리미엄 공예 페어로 올해 10주년을 맞아 지난 10~13일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렸다. 콜렉트 페어는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앨버트(V&A) 박물관 등 주요 박물관과 갤러리들이 공예품을 구매하는 주요 창구 노릇을 하며, 진흥원은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 8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영박물관 측은 전시 초반부터 정 교수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와 조선 나전칠기 유물을 보유한 대영박물관이 현대로 이어지는 칠기 작품을 소장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진흥원의 설명이다.
대영박물관은 애초 한국 작품을 구매할 계획을 갖고 콜렉트 페어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 교수의 작품을 접한 뒤 소장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만장일치로 구매를 결정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대영박물관 한국관을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 사샤 프리웨는 "오묘한 빛을 표현하는 옻칠 작품에 감탄했다"며 "이 작품이 고려-조선 시대를 잇는 당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돼 흥분되고 즐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영박물관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 철학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조만간 정 교수와 공식 인터뷰도 추진할 계획이다.
콜렉트 페어에서 선보인 정 교수의 또다른 작품인 협저태 기법의 사발 세트(오색광율 0831)는 V&A 박물관에 팔렸다. V&A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장식미술·디자인 전문 박물관으로 크리스천 디오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패션쇼가 열렸으며, 지난해 런던올림픽 기간에는 이상봉이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패션쇼 무대를 마련했다.
정 교수의 작품은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에 열린 한국공예전에서도 크게 관심을 모았다. 세계적인 디자인평론가인 크리스티나 모로치를 비롯해 유명 디자이너인 마리오 벨리니 등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물들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고 전시된 작품 모두 고가에 팔려나갔다.
정해조 작가의 오색광율 0831 |
또 V&A 박물관은 콜렉트 페어에서 전시된 장연순 작가의 '매트릭스 Ⅱ 201025'도 구매했다. 이 작품은 마닐라삼 섬유인 아바카에 인디고 염색으로 쪽빛을 내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구조물이다.
장연순 작가의 '매트릭스 Ⅱ 201025' |
이처럼 유럽에서 최근 한국 공예가 선전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 기법과 재료가 현대 디자인 요소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서구 선진 디자인계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진흥원은 문체부와 손잡고 지난 2010년부터 프랑스 메종&오브제, 파리 갤러리 전시 등을 통해 꾸준히 한국 공예를 알려왔다.
진흥원 관계자는 "진흥원이 참여한 전시에서 한국 작품이 현지 박물관에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내에서는 변변한 현대 공예전마저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 유명 박물관이 우리 공예의 우수성과 미래를 인정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진룡 문체부 장관도 지난 23일 밀라노 한국공예전 성과보고 간담회에서 "작품과 전시기획이라는 콘텐츠, 전시 장소와 전시 디자인이라는 포장, 여기에 모두의 합심과 노력이 어울리면서 한국공예전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공예전에 참가한 기획위원단과 작가들도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4년간 밀라노 지속 전시, 전통공예 기능인의 신규 발굴, 현대 디자이너와의 협력을 통한 협업 작품 시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9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