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국세청이 29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뒤 탈세한 혐의자 23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결과가 주목된다.
국세청의 이번 역외탈세 세무조사 착수는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재벌 오너와 임원 12명의 명단을 발표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이들의 포함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들 명단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하기는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역외탈세 조사를 하기 때문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 뉴스타파가 발표한 12명의 포함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대기업의 해외 거래에 대해서는 계속 모니터링을 해 온 만큼 조사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세청은 새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대기업·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민생침해 사범, 역외탈세자 조사를 4대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탈세 여부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까지 83건의 역외탈세를 조사해 탈루세액 4천798억원을 추징했고, 이와는 별도로 45건을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탈세 의혹이 있는 23명에 대해서도 본격 세무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역외탈세 세무조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자 23명 가운데 8곳은 버진아일랜드를, 다른 6곳은 홍콩을, 그리고 나머지 9곳은 파나마, 싱가포르 등을 경유해 탈세를 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23개 사업자 가운데는 법인이 15개, 개인사업자는 8명이었다. 국세청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정도의 법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혀 주요 대기업 가운데 일부도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세청의 이날 발표는 뉴스타파 등이 재벌 기업들을 포함한 역외탈세 의심 사례를 속속 발표하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대응이 미온적인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론이 제기돼 온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세청은 뉴스타파의 발표와 무관하게 역외탈세 사범에 대한 추적에 집중해 왔으나 뉴스타파측이 주요 기업과 오너, 임원 등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는 압박의 강도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세청이 이번 조사의 강도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만 가지고 역외탈세 혐의가 있다, 없다 판단하기 어렵다"며 "뉴스타파의 보도도 참고하고 국세청의 정보와 자료를 비교해 조세 탈루 혐의가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제 결실을 가져올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김영기 조사국장은 "한 달 이상은 당연히 걸린다"고 말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1, 2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미국과 영국, 호주 국세청이 확보한 역외탈세 의심 정보 가운데 일부를 입수해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사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를 포함해 지능적이고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서는 국세행정 역량을 총 결집해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집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9 13: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