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사고, 응급실 통제 속 곳곳서 '절규'

posted Oct 17,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판교사고, 응급실 통제 속 곳곳서 '절규'

 

1413544971ADD_thumb580.jpg

 

[류재복 대기자]

"아이고 선생님 어떻게 좀 해주세요.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17일 오후 9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생병원 응급실 안으로 중년 여성이 뛰어들어갔다. 잠시 후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울부짖는 어머니의 절규가 응급실 밖으로 새어나왔다.

30분 뒤 50대로 보이는 다른 부모도 병원에 도착, 휴대전화를 쥔 손을 떨며 애타는 목소리로 딸의 인상착의를 의료진에게 설명했다. 이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공연 보러 갔던 딸이 연락이 안 돼요.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어깨까지 내려뜨렸는데 제발 찾아주세요"라며 발을 굴렀다.

이 병원에 실려온 중상자와 사망자 가운데 딸의 모습과 비슷한 환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부모는 사색이 된 얼굴로 다른 병원을 향해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 병원과 같이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 붕괴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인근 주요 병원 응급실은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의료진과 환자, 구조구급대원, 가족을 찾는 시민의 다급한 목소리 및 울음소리 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고 직후부터 구조대원이 사상자를 실어나르고 뒤이어 가족들이 뛰어들어가는 다급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제생병원에만 4명의 사망자가 안치되고 3명은 중상을 입은 채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중상자 가운데 1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직장 동료가 연락이 안 돼 찾으러 왔다"고 말한 박모(34)씨는 "사고 직후 지하주차장을 통해 현장 근처에 갔었는데, 하얀 먼지가 쌓여 있고 곳곳에서 혈액이 보였다"며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망자 3명, 부상자 5명이 실려온 인근 차병원 응급실도 제생병원과 다르지 않았다. 병원 측이 원활한 치료를 위해 응급실을 통제한 가운데 곳곳에서 유족과 부상자 가족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IT회사 출입증을 목에 건 한 남성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응급실 안팎을 드나들며 구조대원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 동료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설명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중상자 중 상태가 심각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참담한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