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법무담당관, 시험문제 유출해 아들 1등차지

posted Oct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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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법무담당관, 시험문제 유출해 아들 1등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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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육군 법무실의 한 법무담당관이 2014년 육군 법무부사관 예상 시험 문제를 아들에게 사전에 유출한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예상 문제를 아버지한테 건네받은 아들은 필기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시험지를 유출한 아버지는 감봉 1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고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법무부사관 시험은 지난 2월22일 치러졌다. 법무부사관은 법무참모를 보좌하고 법무실 행정업무와 기타 법무실 운영에 관한 업무를 맡는다. 육군은 선발 인원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년 경쟁률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군 홈페이지 자료집에 따르면, 법무부사관은 매년 1회 모집한다. 서류 접수를 거쳐 9급 공무원 시험에 준하는 수준의 법무 특기 전공평가(형법, 민법, 헌법 등)와 같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체력, 면접시험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육군 법무실에 따르면 올해 시험문제는 시험 하루 전날인 2월21일 김흥석 법무실장이 직접 냈다. 김 실장은 '문제 은행'에서 다음날 치러질 문제를 뽑아냈다. 그런데 시험을 주관하는 육군 법무실 법무담당관(3급) 임아무개씨가 사전에 이 문제은행을 통째로 자신의 아들에게 유출한 것이다. 임아무개씨는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법무부사관 평가문제 은행을 지난 1월과 2월 두 번에 걸쳐 사무실 프린터기로 뽑아 지방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아들 임군에게 건넸다.

법무부사관 준비를 하던 임군은 이 문제은행을 토대로 공부를 했고 시험 결과 1등을 차지했다. 1등 성적이 워낙 좋은데다 2등과 큰 점수 차이가 나자 인사사령부가 이를 석연찮게 여기면서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지원자 신원조회 결과, 임군이 법무실에서 법무부사관 선발 전공필기평가 준비 및 법무부사관 평가문제은행 보관 업무를 수행하던 임아무개 담당관의 아들임이 드러났다.

문제 은행을 유출한 아버지 임씨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방해'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었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지난 7월 선고유예(징역 10월)를 내렸다. 선고유예는 범죄의 정도가 경미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의미다. 아버지 임씨가 범죄전력이 없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가벼운 처벌'의 이유였다.

이어 9월에 열린 육군본부의 중앙징계위원회에서는 '감봉 1월'만 결정되었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감봉은 경징계에 해당하며, 보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하는 걸 말한다. 군사 법원과 비슷한 판단이 작용했다. 동일한 사유로 처벌된 적이 없는데다, 반성한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것이다. 아들 임군은 평가 점수가 0점으로 처리된 다음, 법무부사관 지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대장 계급인 신현돈 육군 제1군 사령관의 음주 추태, 임병장 총기 사건, 윤일병 구타 사건에 이어 이제는 시험지 유출까지 확인되는 등 군 기강이 여러 곳에서 무너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