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권력 3인방 깜작방문 어떻게 볼것인가? <정치,안보특집>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 권력 3인방은 이번 방문 과정에서 서로 상이한 스타일을 보이며 역할 분담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회담장에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웃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사람 좋은 할아버지 같다"는 평가와 함께 "실세 맞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와 관련,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떻게 언론에 이미지가 전달됐는지 모르겠지만 안에서 대화를 나눌 때는 황 총정치국장도 상당히 많은 얘기를 했다"며 "북측 대표단의 구성으로 볼 때 역시 황 총정치국장이 리더라고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자격과 위상에 맞게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최룡해가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자격으로, 김양건은 대남담당 비서 자격으로 남측을 방문한 것과 달리 대남정책이나 인천아시안게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황병서가 남한을 전격 방문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황 총정치국장은 오찬회담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 동지가 남조선의 인천에서 열리는 17차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며 "최룡해 노동당비서와 김양건 비서가 동행했다"고 밝혔다. 황병서가 김정은의 대리인 자격으로 대표단의 단장을 맡고, 나머지 두 사람은 동행 자격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올해 5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이번에 김정은의 여전한 측근 실세임을 보여줬다. 체육지도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발언 도중 "조국통일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가고 있다"며 자기의 지위를 자랑했다.
그가 회담 도중 연신 의자를 건들거리며 얘기하자 뒤에서 보좌진이 의자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기도 했다. 영빈관에서 진행된 오찬회담에선 김영훈 북한 체육상이 자리를 잡지 못해 서성거리자 최 비서가 눈짓으로 옆자리를 가리켰고, 김 체육상은 황송해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기도 했다.
류길재 장관은 "황 총정치국장과 최 비서는 정치·안보 분야에서 일을 하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김정은이 황병서와 최룡해를 같이 내려보낸 것은 2인자 그룹에 여러 명을 두고 어느 한 사람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 비서는 비록 황 총정치국장의 허락을 받아 발언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회담 내내 발언을 주도하는 등 가장 많은 말을 했다. 대남 라인으로서 전문성과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72세인 김 비서는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며 오랫동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 왔다. 류 장관은 "김 비서는 2007년 이후부터 대남관계 일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상당히 정통하고 베테랑이다 하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3인방 방남에 대해서 북한은 보도 안해, 방남은 김정은 결단
북한이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던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실세 3인방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신문 등 공식적인 북한 매체에선 3인방의 한국 방문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이들의 방문을 ‘김정은의 결단’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추켜세우고 있다. 이는 실세 3인방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한국 방문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북한 선수단에 대한 환영행사만 대대적으로 선전할 뿐, 최고위급 실세 3인방 방한에 대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실세 3인방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다만, 김정은의 업적으로 추켜세우기 바쁘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이 최고 영도자, 즉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민족화해의 대통로를 열어가자'는 기사에서 김정은의 의지로 북남 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선전했다. 특히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표현을 인용해 "최고 영도자의 의지가 동족대결 체제의 일각을 허물고 민족화합의 오솔길을 냈다"고 전했다. 또 파격적인 조치로 북한의 비난 대상이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새로운 높이에서 대화를 진행했다고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공이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큰 걸음을 내디딘 북측은 당연히 남측이 상응한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5.24 조치 해제나 전단 살포 중지 등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약속했지만, 대내적으로 이를 쉬쉬하는 북한이 앞으로 우리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할 지 주목되고 있다.
*탈북자, 전문가 견해
이번 북한권력핵심 3인방의 깜작방문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가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 탈북자의 견해가 주목되고 있는데 요지는 이번 3인방 방문이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전략적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점은 매우 비상한 점으로 주목되는데 그렇다면 김정은의 권력체제가 과거 김정일 시대와 달리 권력체제 전체를 완전장악한 것이 아니라 주위권력실세들에 의해 권력이 분점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정일 체제였다면 권력의 제2인자 황병서가 바로 직접 내려올 리가 없고 시나리오대로 밑의 실무계급부터 하나하나 시나리오대로 협상하며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올텐데 황병서가 직접 왔다는 것은 통상적인 1인독재체제의 북한체제상 파격적인 일로 김정은의 독점권력이 분산된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것을 알수 있는 것은 도무지 김정은 호위 경호대는 김정은밖에 경호할 수 없는데 황병서에게까지 경호대가 붙은 것이 수상하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북한이 매우 다급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UN등 미국을 방문했을 때 거의 국제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지경이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등,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가 전보다 달리 훨씬 심각해져 북당국으로써도 거의 한계상황에 직면해 그 조치의 일환인 제스쳐일 수 있는 것이다.
그이유가 북한권력핵심 3인방이 남방했어도 정작, 북한 노동신문 등 전매체가 조용하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조선신보만이 이를 보도하고 있는데 조선신보는 북한 대내용 언론매체가 아닌 대외용 언론매체다. 이는 화해의 제스쳐를 보이면서 오히려 더 “남남 갈등”을 부추키고 조장할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신뢰하되 검증하라, 남남갈등 조장에 넘어가지 마라” 이것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다.
박근혜 대통령, "北 의지, 진정성있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
이에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6일 "북한도 이번 방한시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 4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는 접촉 후에도 분위기가 냉각되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에 남과 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서 평화의 문을 열어나가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 잘 협력해서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북한을 포함해 45개 회원국 모두가 참여해서 아시아인들 간에 화합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대회 결과를 잘 검토해 잘 된 점은 더 발전시키고 미흡한 점은 보완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잘해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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