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월호 참사 수사발표 <사회특집>
검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6개월 가까이 진행한 수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현재까지 모두 399명이 입건돼 이 중 154명이 구속됐다. 여기에는 해운업계 전반의 비리와 관련한 269명(88명 구속)이 포함됐다. 참사의 여파를 짐작하게 하는 대규모 사법처리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원인과 구조 과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이 전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6일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세월호의 암초 충돌설과 폭침설, 국가정보원 개입설, 구조 활동 고의 지연설, 유병언 정·관계 로비설 등이 모두 부정됐다. 검찰은 남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 "세월호는 복원성 잃고 침몰"
검찰은 세월호가 무리한 구조 변경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조타수의 미숙한 조타로 기우는 바람에 침몰했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전남 201호 어업지도선에서 촬영한 영상에 의하면 선체 바닥에 하얀 부분이 있으나 이는 도색이 변색·탈색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잠수함이나 다른 선박, 암초 등과 충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반박했다. 검찰은 "세월호 안에 있던 CCTV 영상, 사고 당시의 각종 동영상과 사진을 봐도 충돌에 의한 흔들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폭침설에 대해선 "고도로 훈련받은 소위 '마스크 맨'이 세월호를 폭파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오렌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가장 먼저 구조된 사람은 세월호 조기수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국정원 개입설에 대해 "국정원은 국정원법,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며 "국정원이 증·개축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세월호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에 기록된 CCTV 영상이 조작됐다거나 사고 발생 전 누군가 CCTV 작동을 일부러 정지시킨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민간 잠수사 투입 막은 것은 안전상 이유"
검찰은 해경이 구난업체 언딘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조 활동이 언딘 때문에 지연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해경이 언딘을 우선 잠수시키기 위해 해군 SSU, UDT 요원 등의 투입을 막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잠수사들의 안전을 위해 해군 단정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고, 해군도 자체 판단에 따라 접근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고 다음 날 아침까지는 해경과 해군조차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언딘을 우선 잠수시키기 위해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막은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골든 타임을 놓친 122구조대, 서해청 특공대, 남해청 특수구조단 등과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목포해경서장, 첫 신고를 받은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 등을 사법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122구조대 등은 이동 헬기가 부족했고 준비와 이동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도착이 늦어졌다"며 "이런 사실만으로 직무유기 등 범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포해경서장은 현장으로 즉시 출동하지 않았지만, 유선으로 현장 지휘관에게 승객 퇴선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며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도 고의로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유병언 정·관계 로비설 증거 없다"
검찰은 세간의 의혹과 달리. 유병언이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벌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은 유병언 사돈이 골프채 50억원어치를 구입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 "유병언 사돈이 구입한 골프용품은 4년 동안 3천만원에 불과했고, 본인과 부인 등이 이를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유병언의 가방에서도 고가의 시계, 만년필 세트, 하모니카 등이 나왔을 뿐 로비 리스트나 비밀 장부는 나오지 않았다"며 "구원파 내부 자료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관해 일일이 설명한 검찰은 "은닉재산 추적 등 남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언딘과 유착' 해경 차장, 세월호 유가족도 속여
검찰 수사 결과 구난업체 언딘과의 일부 유착 관계가 사실로 드러난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골든 타임'인 세월호 초기 구조 작업 과정에서 '바지선을 빨리 투입해 달라'던 실종자 가족들까지 속이며 언딘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6일 광주지검 해경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난 4월22일께 오전 9시46분께.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급하다. 큰일났다. 1시간이라도 도착 시간을 앞당겨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구난 업체 언딘의 김모(47) 대표에게 보냈다.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를 세월호 사고 해역에 서둘러 도착하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오전 0시40분께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사고 해역에 도착해 해경의 투입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최 차장은 이를 무시했다. '사고 현장에 빨리 바지선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한 유가족들에게는 같은 날 오전 6시47분께 진도 팽목항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이미 도착한 사실을 숨겼다. 브리핑에서는 유가족들을 속인 채 언딘의 리베로호가 우수하다는 취지의 설명만 이어졌다.
그러나 리베로호는 당시 안전설비가 완비되지 않았고 복원성 시험 등 안전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여서 출항 자체가 불가능했다. 2차 사고 위험 등 출항 해서는 안 되는 배를 최 차장은 우선 투입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베로호의 위험성을 알고 있던 목포 해경 담당 직원이 울면서 지시를 거부했으나 리베로호의 투입을 막지 못했다. 결국 사고 해역에는 1.4배 가량 더 크고 잠수팀 수용인원도 2배 가량 많은 현대보령호보다 이틀이나 늦게 도착한 언딘 바지선 리베로호가 투입됐다.
전남 지역에만 1000t급 이상 바지선이 22척이 있었고 '바지선 투입'을 애 타게 기다리던 유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졌지만 최 차장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리베로호의 도착이 늦어질 경우 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자 최 차장은 오히려 언딘 김 대표에게 '급하다. 큰일났다. 서둘러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검찰은 최 차장이 사고 이튿날인 4월17일 오전 5시 57분께 언딘의 김 대표로부터 준공이 덜 된 리베로호를 "현장에 투입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해경청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뺀 채 보고, 지휘부의 투입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최 차장과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 관계가 일부 사실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최 차장은 지난 2009년께 다른 해양경찰관의 소개로 언딘의 김 대표를 알게 돼 정기적으로 저녁모임을 갖는 등 개인적 친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가 인천에서 출항한 지난 4월15일에도 개인적으로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으나 사고가 발생해 실제 식사는 하지 못했다. 최 차장은 지난 2011년부터 명절마다 언딘 김 대표로부터 20만~60만원 가량의 선물을 받았다.
또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해경 경비안전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해양구조협회의 창설을 주도했으며 평소 해상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한국해양구조협회 소속 구난 업체에만 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세월호 사고 전까지 한국해양구조협회 소속 구난 업체는 언딘이 유일했다. 최 차장은 이후 해경 수색구조과장 박모 총경, 수색구조과 재난대비계 나모 경감 등을 언딘 김 대표에게 소개했다. 박 총경과 나 경감 역시 김 대표로부터 20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받았다. 최 차장의 소개로 김 대표를 알게 된 이들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계약담당자에게 언딘과 구난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언딘이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고 현장에서 구조와 구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청해진해운 측을 속이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무엇보다 인명 구조가 급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언딘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 등 구난 계약을 체결하도록 개입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선박안전법 위반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인명구조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5일 이후에나 도착한다는 사정 등을 알면서도 리베로호의 현장 투입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남은 과제와 의혹?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경의 초기 구조활동과 관련해 해경 현장 지휘관에 모든 책임을 지운 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구조 지휘 책임, 123정 정장에게만 있는가?
검찰은 6일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를 업무상 과실치사·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경위가 상급 지휘관 지시를 어기고 승객들을 퇴선하도록 유도하지 않는 등 구조 조치를 미흡하게 한 데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고 함정일지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전문 구조인력 122구조대, 서해청 특공대, 남해청 특수구조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았다. 사고 사실을 파악한 직후 출동 준비를 했지만 이동 헬기가 부족하고 준비 및 이동에 필요한 시간 등 사정 때문에 도착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또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하지 않은 목포해경서장에 대해서도 "유선으로 현장지휘관인 123정장에게 승객 퇴선 유도 조치를 지시했는데 123정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목포해경서장에게 죄를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세월호 사고 이후 구조 과정의 부실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음에도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은 김 경위가 모두 지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해서 유죄를 받을 수 있는 경우만 형사상 책임을 물었다"며 "기소하기 어렵지만 문제점이 발견된 부분에 대해선 관계기관에 통보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언 정관계 로비 의혹은 어떻게?
검찰은 이날 유 전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50억 골프채’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유 전회장이 도피를 위해 준비한 가방에서도 로비리스트나 비밀장부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 전회장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유 전회장이 세모그룹을 부도낸 뒤 기업을 재건한 과정,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사업권을 따낸 과거 , 노무현 정권시절, 부도난 회사가 2000억원 특혜 빚을 탕감하고 다시 부활한 점, MB정권 당시, 20년 선령을 늘여 일본의 버리는 배를 사와 증개축 운항한 점, 독점운항권을 가진 점 등으로 비춰 볼 때 정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히 검찰 수사 후 채규정 전 전북 행정부지사가 유 전회장 일가 계열사인 온지구 대표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고 오갑렬 전 체코 대사가 유 전회장 도피에 연루되기도 해 의혹은 더 커졌다. 검찰은 향후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남은 일은 향후 도입될 세월호 특검이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법률전문가는 "특검이 남은 의혹을 얼마나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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