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

posted May 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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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

 

 
 

日 극우단체 재특회 다룬 '거리로 나온 넷우익'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라는 일본의 반한(反韓) 넷우익 단체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3월 10일이다.

 

SBS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누가 김태희를 쫓아냈는가"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한 화장품 모델로 선정된 배우 김태희씨의 퇴출시위를 벌인 재특회의 활동이 방송되면서다.

 

넷우익(Net右翼)이란 인터넷에서 우익적으로 언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태희씨의 독도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 입국을 막은 이들은 이외에도 종군 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발언부터 일본 남성이 피해자라는 선동적인 주장을 펼쳐 한국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신간 '거리로 나온 넷우익'은 20년 기자 경력의 베테랑 프리랜서 야스다 고이치(49)가 인터넷상에서 출발해 거리로 나온 일본 극우단체 재특회를 1년 반 동안 추적한 탐사 르포다.

 

야스다는 이 책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들의 뿌리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현재 일본에서 1만3천여명이 활동하는 재특회는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등의 범죄적 과거사를 좀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우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좌익이나 언론이 거듭 밝힌 종군 위안부의 비참한 처지는 말도 안 된다. 난징 대학살은 허구 그 자체다, 억압받는 존재로 그려지는 재일 코리안은 사실 약자인 척하는 특권 인종이다, 이렇게 재특회는 그들 나름의 '역사적 진실'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보수 네티즌들을 규합해 왔다."(148∼149쪽)

 

기존 우익과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이들이 인종차별주의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바퀴벌레 조선인", "짱개를 내쫓아라" 등 모욕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은 그 전형으로, 국가적인 명제를 내세우면서도 표적은 항상 '재일 코리안'이나 '짱개'를 향한다.

 

서구의 네오 나치를 연상시키는 재특회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여성·호남·좌파를 각각 '김치○', '홍어', '좌좀(좌파좀비)'이라고 부르며 비하하는 우리나라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 베스트'(일베)와도 닮은 점이 많다.

 

재특회는 인터넷에서 출발했다. 재특회가 뿌리를 내린 계기는 한·일 월드컵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이었다. 둘 다 2002년의 일이다.

 

"일본이 지면 기뻐하고 일본이 이기면 일장기를 짓밟는 한국 응원단의 모습에 분개한 일본인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분노를 간단히 표출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인터넷이었다."(50쪽)

 

아울러 일본인 납치를 인정한 북한 사람들을 보고 당시 인터넷에서는 북한에 대한 원성과 비판이 넘쳐 났다. 일본 사회의 1%도 안 되는 배외주의자들이 힘을 얻게 된 것도 이러한 인터넷상의 뒤틀린 증오가 자양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재특회는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회원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신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게시판에 올리거나 온라인을 통해 집회를 조직하는 등 일본의 기존 우익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재특회의 증오 연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영향력을 얻게 된 데는 인터넷 매체의 속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현실 속 불만을 전가할 대상으로 한국인과 중국인을 지목하고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을 펼치는 재특회지만 저자는 이들을 규탄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저자는 재특회가 참여자들로 하여금 생의 열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재특회 회원 한 명 한 명의 주장에서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한 이들의 무력감을 읽어낸다.

 

"'재특회란 무엇인가?'라고 내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 좋은 아저씨나 착해 보이는 아줌마, 예의 바른 젊은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증오가 재특회를 만들고 키운다. 거리에서 소리치는 젊은 사람들은 그 위에 고인 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저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증오의 지하 수맥이 펼쳐져 있다."(369쪽)

 

재특회 회원들이 재일 코리안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가해자인 동시에 삶이 불안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 즉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재특회 현상이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전 사회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책은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와 조선족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저자 야스다는 일본어 원제로 '인터넷과 애국'인 이 책으로 2012년 일본저널리스트회의상과 고단샤 논픽션상을 받았다.

 

후마니타스. 김현욱 옮김. 376쪽. 1만5천원.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8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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