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개혁 시위, 국민시선은 아직 찬바람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27일 첫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공무원 단체의 연금 개혁 저지투쟁이 본격 시작됐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공무원연금 투쟁 기구인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11월 1일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 총궐기대회'를 예고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총궐기대회에는 전·현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참가한다. 각 공무원 노조는 총궐기대회 준비와 여론전에 돌입했다.
합법 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공무원연금 개혁 시안이 공개된 이래 첫 대규모 거리 집회를 27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했다. 갑작스럽게 기획된 집회였음에도 이날 주최측 추산 1만여명(경찰 추산 6천여명)이 참가했다. 조진호 위원장 등 집행부 20명은 국민연금 '개악'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한 참회의 의미로 삭발을 했고, 집회 참가자들은 숭례문을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행진했다.
공노총은 집회에서 "국민연금에 '소득대체율(전생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 70%'를 보장하기로 한 도입 취지대로 공적연금을 복원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연금을 반 토막 낸 지난 과오를 사죄하고 공적연금을 연금답게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공노총은 이번 집회에 이어 전국 단위노조 별로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의 열기를 이어갈 방침이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정시 퇴근 등 준법투쟁도 검토하고 있다.
법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총궐기대회를 준비하며 본부단위 결의대회를 열고, 새누리당사 앞 1인시위를 이어간다. 전국 곳곳에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와 공적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현수막을 걸고, 지부 단위 1인시위도 전개한다. 전공노는 다음 달 24일까지 전국 현장을 순회하며 조합원은 물론 경찰 및 소방공무원까지 공무원연금 대상자를 망라해 총궐기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조합원 1인당 10만원씩 100억의 투쟁기금 모금운동도 벌인다.
공무원 단체들은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만을 외치기보다는 "공적연금을 복원시키자"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을 요구하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국민연금 개혁 때 재정 고갈시기를 2048년에서 2070년으로 늦춰야 한다며 수령액을 50% 깎아버렸다. 이 때문에 40년 후 재정이 고갈된다며 국민연금을 50%나 깎았으면서 이미 매년 수조원씩 적자가 나는 공무원연금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단체들도 이를 의식해 이번 투쟁의 전면에 '국민연금 복원'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노총 소속 행정부공무원노조의 구문회 사무총장은 28일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이번 투쟁이 참회와 복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내용을 적극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투쟁은 공투본의 이익단체적 투쟁성격이 짙어 국민적 총의와 지지를 얻지 못해서인지 아직 국민시선은 차갑게 보인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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