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친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27일(현지시간) 리수용 외무상을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외무상이 반 총장에게 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북한은 중국 지도자에게는 김정일 때나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친서를 가끔 보냈다. 또 지난 2000년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북한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보이는 이른바 '정상국가화' 추구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집권 3년이 다 되어가는 김정은 체제의 특징 중 하나가 정상국가화를 지향한다는 점"이라면서 "외교무대에서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보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외무상을 유엔 총회에 보내는 등 최근 부쩍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스위스에서 살아본 김정은의 경험이 작용하는 것 같다는 관측이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일단 이번 친서에 북핵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전된 입장이 담겼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알려진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면서 "내용 면에서는 새로운 것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친서를 통해 반 총장의 방북을 초청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반 총장이 여건이 조성되면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방북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그동안 수차 밝혀 왔다는 점에서다. 반 총장은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한 계기에 "적절한 기회를 봐서 북한 당국,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해 가면서 방북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이나 인권 문제에서 진정으로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국제사회에 자신들 나름의 논리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입장이 같으니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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