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 상실, 가중처벌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내일(29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아동학대는 가정폭력 범죄가 아닌 독립된 범죄로 처벌되는 길이 열렸다. 기존 아동학대에 적용하던 처벌보다 더 세진다는 의미다. 우선 '특례법'이 시행되면, 아동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해진다. 학대를 당한 아동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즉시 보호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동에 중상해를 입히거나 상습적으로 학대를 가한 부모의 친권 상실도 가능해진다.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하거나 아동복지시설에 근무하면서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가중 처벌된다. 이뿐 아니라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신고의무도 강화돼 아동학대 범죄 발생시는 물론 학대 의혹이 들기만해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정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을 비롯한 아동보호시설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신고를 의무화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례법은 아동학대 범죄를 '보호자에 의한 아동 학대'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호자'란 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ㆍ양육ㆍ교육하거나 사실상 아동을 보호ㆍ감독하는 자로, 이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2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83.9%는 '부모'였고, 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이 동거하는 사례는 전체의 77.8%에 달했다. 또 아동학대 발생장소가 '가정'인 경우가 86.9%로 압도적이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3월31일 처음 의결한 '아동학대 양형기준'도 올 10월1일부터 적용돼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경우 최대 9년, 아동학대로 중상해를 입힌 경우 최대 7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여기에다 형 가중요인이 2개 이상 존재할 경우, 13년6개월까지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와 별도로 죄질이 중한 경우에는 최고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10월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부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학대받는 아동에 대한 발견부터 개입, 치료, 예방에 이르기까지 법원이 개입하는 보호체계를 갖추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 일본도 국가가 복지적 관점에서 적극 개입하는 형태"라며 "이번 특례법은 학대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에게 작동되는 법이라는 한계를 지닌 만큼, 향후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입법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2005년(4633건), 2010년(5657건), 2011년(6058건), 2012년(6403건), 2013년(6796건), 올해는 6월까지(4202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총 119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특례법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