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2일 '정치생명'까지 거론하며 세월호특별법 협상 해결과
당 개혁을 강조했다. 비대위 참여를 계기로 정치현안과 당무에 적극 관여하면서 최대계파인 친노진영의 좌장으로서 걸맞은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대위원으로 참여한 각 계파수장들은 비대위 당면과제를 둘러싸고 문 의원과 온도차를 보이면서 탐색전을
벌였다.
문재인 "與, 특검 보장안 내면 유족 설득할
것"
문 의원은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당은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다"면서 "여기서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면 당을 해체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안
되면 당이 죽는다는 각오로 세월호특별법과 당 혁신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관련해선 "유족들이 동의할 수
있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유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하면 새누리당은 특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아야
하고, 그러면 우리 당이 나서고 제가 나서서 유족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유족의 수사권ㆍ기소권 양보'를 거론한 것을 두고, 친노ㆍ강경파 의원들이 '수사권ㆍ기소권
부여'라는 원칙론에서 벗어나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수사권ㆍ기소권
요구를 포기한다는 게 아니다"면서 "새누리당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문 의원이 유족 설득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의원의 언급은 적어도 당 안팎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유족이 수사권ㆍ기소권 요구를 고수할 경우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접점 모색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지난달 2차 협상안을 바탕으로 야당ㆍ유족의 특검 추천권과 진상조사위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절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혁신ㆍ당내 정치복원 둘러싼
온도차
문 의원은 이와 함께 강력한 당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정치, 정당 혁신은 제가 정치하는 목적이자 비대위에 참여한 이유"라면서 "거기에 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친노진영에선
"발언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대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밝히면서 백전노장들인 다른 계파수장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인재근 의원은 "혁신도
절박하지만 (당 내) 오해와 분열의 상처가 너무나 깊다"면서 당의 화합과 당내 정치복원에 방점을 찍었다. 친노진영이 '당 혁신'이란 이름으로 당
대표 선출과 관련, 권리당원 외에 일반 지지층의 참여 확대 등을 주장할 경우 또 다른 분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겨냥한 지적이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문희상 비대위가 사실상 어떤 혁신을 하기엔 시일이 촉박하다"면서 "당 전체의 혁신은 역시 새로운 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공정한 전대 준비에 무게를 두었다.
비대위에서 소외된
온건ㆍ중도파는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이 중 조경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신성과 개혁성은 전혀 볼 수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문희상 비대위'의 무효화를 촉구했다. 일각에선 내달 구성되는 조직강화특위가 본격 가동될 경우 지역위원장 선임
등을 둘러싸고 잠복하고 있는 계파 갈등이 폭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조정식 사무총장과 유기홍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를 대부분 유임하고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 강경파 초선인 박홍근 의원을 임명했다. 당직 교체를 최소화하면서 당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이지만, 온건ㆍ중도파 일각에선
"범친노 중심인 현 비대위가 탕평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