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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개인전, ‘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 열려

posted Sep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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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릴…압구정 사거리 적막한 밤거리에 새겨지는 메아리. 그대 과거를 잊었는가
- 사라지는 빛 조각으로 도시공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아티스트 최영환 개인전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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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의 개인전인 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이 열린다
(사진제공: 코너아트스페이스)
 
 
 최영환 개인전 ‘과거를 잊은 도시 :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이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에서 최영환은 전시공간이 위치한 압구정동 사거리의 길 위에 인공 빛을 반사시켜 시장이 잠든 ‘밤’이라는 시간대에 일시적 텍스트를 만드는 공공미술작업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일련의 작업으로 시카고에서 선보인 <설리반 빌딩과의 대화>와 <Dancing in Dark>의 퍼포먼스 기록물(영상, 사진, 코스튬)과 <사라지기 쉬운 현수막>프로젝트에서 성북동 주민들과 협업으로 만들어진 영상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최영환은 카뮈의 에세이에서 가져온 <과거 잊은…>이라는 문구를 압구정동 사거리의 길에 새긴다. 800여 개의 작은 거울 패널에 도트를 만들고, 그 도트들이 모여 글씨를 만든다. 인공광에 의해 밤에만 비춰지는 이 산란한 문구 속에 도시의 활기가 사그라진다. 전시장을 마주한 백화점은 20시에 문을 닫고 압구정 사거리는 낮의 떠들썩함을 가라앉힌 채 적막해 진다. 시장이 드디어 잠에 빠져든다.

작가는 이 전시에서 ‘과거’라는 개념을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의 건설을 위해 소모되었고 여전히 소모되고 있는, 잊혀진 개인들의 일상이라 말한다. 카뮈는 ‘개인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던 소설가이다. 카뮈의 탐구는 우리가 서울에서 겪는 도시화의 비인간적 과정을 비평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최영환은 모더니즘에 주목한다. 그에게 모더니스트란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추구했던 20세기 초 유럽인들이다. 서울의 대형 아파트 단지와 초고층 빌딩들은 과거 유럽의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이 추구했던 ‘효율성이라는 이상향’의 한국 버전이다.

모더니스트인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그 끔찍한 과거와 단절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필요를 느꼈다. 그 근간으로 건축가들이 제시한 것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물리적 공간을 수직으로 확장하여, 무수히 많은 고층빌딩(사무공간)과 고층 공동주택(주거공간)을 만든다.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이 갈구했던 물질과 시간의 효율적 배분은 서울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욕망 속에 가격으로 환산되고 치밀하게 계산된다. 강남의 사각형 콘크리트 아파트와 네오클래식한 백화점 건축은 그 욕망의 상징물이자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기재로 기능한다.

최영환은 이번 작업에서 하나의 자기 모순을 발견한다. 도시화가 자아낸 인간의 비극적 실존에 대해 미학이라는 ‘순수’ 가치를 통해 비평한다해도, 도시를 지탱하는 주자원인 전기 에너지가 그의 작품 속 텍스트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생생한 반상품화의 상징이 될 뻔 했던 <과거를 잊은…>이라는 텍스트는 갑자기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도시인의 욕망이 갖는 허무함에 대해 소리치지만 그 울림은 다시 도시의 욕망 속으로 빠져들어 사라진다. 끝을 모르고 생겨나는 더 크고 더 높은 고층빌딩에 싸여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의 좌절과도 같다.

최영환은 과거 태양 빛이라는 전생태적 자원을 활용해 특정시간과 장소에 하나의 텍스트가 보여지고 사라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0년 시카고에서 작가는 <Dancing In Dark Modern>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머리와 가슴 부위에 100여 개의 거울 패널을 부착시킨 흰색 우주복을 입고 작가는 마천루 사이를 걸어 다녔다. 거울 패널은 화려한 마천루 사이를 뚫고 길에 내려오는 태양빛을 반사시켜, 거대한 모더니즘 건축 외벽에 움직이는 빛 조각들을 그린다.

<사라지기 쉬운 현수막> 프로젝트는 성북동 재개발과 관련해 지역의 주민들이 첨예한 갈등을 겪던 시기인 2012-13년에 기획되었다. 집집마다 내걸린 붉은 색 현수막의 <죽음을 불사하고 내 집을 지키겠다!>라는 격정적 문구는 일상을 투쟁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었다. 여기에 작가는 거울을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보이는 현수막을 제안한다. 하지만 제 일터와 집이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예술을 매개로 제 삶을 조망할 것을 요청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술이 수행했던 실패들은 역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러시아 혁명에서 구성주의 운동은 칸딘스키의 비정형적 추상과 말레비치의 기하학적 추상 등 새로운 미학들을 탄생시켰지만, 사회적 혁명에 버금가는 미술적 혁명을 실현시키진 못했다. 심지어 타틀린의 <제3인터내셔널을 위한 기념탑> 모형은 당시의 유토피아적 열망과 인류의 점진적 진보를 상징하는 걸작이지만, 철근 부족과 기술적 문제로 실재로 제작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예술에 있어 실현되지 못함 혹은 수행되지 못함에는 그 자체의 미학이 존재한다. 작가가 대면하는 현실과 예술의 괴리에 대한 좌절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실패한 예술 작품’도 그만의 미학이 존재함을 반증한다.

성공을 향한 열망들로 가득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예술가들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예술적 실험을 계속한다. ‘실패라는 예술적 성공’은 성공만을 유일한 가치로 치부하는 이 사회의 견고한 틀을 가를수 있는 유일한 틈이 된다. 양지윤 디렉터는 최영환의 예술작품은 자본의 힘을 비판하는 문화적 대항운동이나, 이와 반대로 자본을 영유하는 문화산업으로 기능할 것을 애초에 목표로 하지 않는다. 두 가지 방법 역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와 다름없이, 자신의 관점만을 관철시키는 성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우리의 일상에 스쳐가는 공기처럼 그의 예술 작품을, 잠시 배치한다. <과거를 잊은…>이라는 산란한 문구는 시장이 잠든 시간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부유한다. 뿌리내리지 못한 채 도시를 떠도는 소외된 인간들, 즉 우리처럼 말이다.

- 양지윤(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의 전시서문에서 편집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전시 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전시 안내
오프닝: 2014년 9월 20일 오후 7시
전시 기간: 2014년 9월20일- 10월 11일
화-토 오전10시-오후 6시 / 일,월, 공휴일 휴관
전시 기획 및 장소: 코너아트스페이스(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80-6 제림빌딩 1층)
오시는 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5번 출구 바로 앞
지원: 서울시립미술관

코너아트스페이스 소개
코너 아트 스페이스는 젊은 예술 공간이다. 양지윤 디렉터는 재동에 위치했던 코너갤러리를 2011-12년 동안 기획하였고, 이후 2012년 12월 압구정동으로 코너 아트 스페이스의 이름으로 재개관하였다. 코너는 상업문화가 주를 이루는 강남의 중심에서 명품들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마주하며, 현대 예술이 갖는 사회적 가치들을 실험한다. 르페브르가 이야기한대로, 공간은 건축가나 도시계획자 또는 거주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공간이 사람의 행동 양식을 생산한다는 관점에서 코너는 출발한다. 코너라는 마이크로 공적 공간은 동시대의 가장 첨예한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은 생산한다. 윈도우 갤러리와 화이트 큐브가 혼합된 공간인 코너에서 시민들은 길을 걷다 우연히 이를 마주한다. 코너는 현대 미술 전시가 갖는 새로운 생산과 공유의 형식을 실험한다.
 
 
www.newssports25.com
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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