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재한 佛국제학교 명예교장 르브렝 수녀

posted May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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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국제 인재 양성 노력"…박완서·김원일 소설 번역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수준 높은 '한국의 국제적 인재'를 기르는 학교입니다. 프랑스만을 위한 교육이나 자신만의 지식 축적을 위한 교육을 지양하고, 고조선의 건국이념이기도 한 '홍익인간'형 인재를 길러내려 합니다."

 

2002년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설립했고 지금은 이 학교 명예교장인 엘렌 르브렝(77) 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국제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많은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앞으로도 한국형 국제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0년 처음 한국에 와 33년째 한국에서 교육자로 생활하고 있는 르브렝 명예교장은 프랑스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과 프랑스 간 교육 분야의 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3일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뒤 18살 때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도회에 입단, 수녀가 됐다.

 

이 사도회가 운영하는 학교의 교사로 일하던 그는 곧 교수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1980년 9월 당시 대구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총장이던 전석재 신부의 요청으로 이 학교 교수(1980∼1983)로 초빙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그는 이어 서울 고려대(1983∼1985)와 서강대(1985∼2000)에서 불어와 불문학 및 18∼20세기 프랑스 연극을 가르쳤다.

 

소설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와 '엄마의 말뚝'을 불어로 번역했고, 김원일의 장편소설 '노을'을 불어로 옮겨 올 가을 프랑스에서 출판할 예정이다.

 

그가 서울에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설립한 것은 서강대에서 정년퇴임한 이듬해인 2002년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 학생들의 뛰어난 재능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지친 탓인지 자신만의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프랑스에 혼자 유학을 가 공부하는 고등학교 1학년 아이를 만나 보니 아이의 심리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현재 하비에르 국제학교 문명숙(55) 교감과 함께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르브렝 명예교장이 1980년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만난 문 교감 역시 하비에르 사도회에 속한 수녀원에서 수도자 양성 과정을 거친 수녀이다. 그는 효성여대와 서강대에서 불문학과 종교철학을 공부한 뒤 1986년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구기동에 있는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2004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프랑스나 미국 또는 캐나다 등지로 유학을 가며, 연평균 10여 명이 프랑스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응시해 전원 합격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한두 명 정도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 활동을 희망하며 프랑스 의대에 진학한 학생도 있습니다.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 변호사가 되겠다며 법대에 간 아이도 있지요. 자신만의 출세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을 구현하는 세계적 인재를 키우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개교 11년째인 올해 현재 초·중·고 전교생은 200여 명.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 등 여러 나라 언어와 프랑스 교육체제에 따른 일반 과목 및 한국어와 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물리·생물·경제·불문학 등 일반 교과목과 외국어 수업은 전원 프랑스 및 원어민 교사들이 지도하고, 한국인 교사 3명이 우리말과 국사를 가르친다.

 

연간 학비는 초등학교가 1천만원 미만, 중·고교 과정은 1천여 만원이다. 극히 소수지만 사회적 배려자도 뽑는다. 7년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무료로 학교에 다닌 학생도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경력이 있는 한국계(국적 불문) 학생이 70%를 차지했지만 올 9월 학기부터는 서울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이 비율을 30%까지 낮춰야 한다.

 

르브렝 명예교장은 "아마도 영훈국제중학교의 부정 입학 파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고, 문 교감은 "그렇게 되면 프랑스에서 7∼8년을 살다가 들어온 아이도 자리가 없어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다"며 일률적 규제에 난색을 표시했다.

 

르브렝 명예교장은 "국제학교의 필요성에 대한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현재 일본과 독일에 일-불 학교와 독-불 학교가 있고, 중국에 중-불 학교가 설립을 추진 중이며, 한국에도 한-불 학교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다.

일본이나 독일에 있는 이들 학교는 두 나라와 프랑스의 교육 당국이 함께 커리큘럼을 정하고 운영한다.

 

2002년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설립했고 지금은 이 학교 명예교장인 엘렌 르브렝 씨. 23일 프랑스대사관저에서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뒤 웃고 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4 11:5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