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작곡과, '사제지간' 갈등이 의혹으로

posted Sep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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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대 작곡과, '사제지간' 갈등이 의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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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에서 사제지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배후세력·돈봉투 의혹까지 제기돼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숙명여대 작곡과 재학생·졸업생 합동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서울 본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언·강매·부실수업 등 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영숙(49·여)교수, 홍수연(57·여)교수에 대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비대위는 윤 교수가 한 학생을 논문 지도하던 중 "너는 돈을 줘도 못 가르치겠다. 나가"라고 폭언했으며, 학생 1인당 평균 20분 정도 밖에 논문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저도 사람인지라 똑같은 지적을 몇 차례해도 고쳐지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안나올 수 있다"면서 "일주일에 일인당 50분씩 지도를 하면 학생들이 15주내에 작품을 낼 수가 없다. 그래서 50분 수업을 2~3번 나눠 진행하는 것을 제안했고, 모든 학생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일축했다.

전공실기 평가에 대해선 "익명으로 채점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누구 입김에 따라 점수가 바뀌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평가기준을 만들어서 심사결과를 다 써서 학생들에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 비대위는 홍 교수가 학생들에게 "너희는 살 가치가 없다. (3층건물)뛰어내려라. 아니다. 너희는 죽어서도 도움이 안 된다. 너희 시체는 썩어서 우주의 쓰레기가 될 것이다", "네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라도 있냐. 혹시 밤일을 나가냐"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밤일을 나가냐'고 했던 부분은 솔직히 기억을 못하겠다"면서도 "'너희는 살 가치가 없다. 뛰어내려라'고 말한 것은 과거 선배들에게 웃으면서 했던 것을 현재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언에 대한 정의를 묻고 싶다. 듣기 싫은 말은 전부 폭언인지 요즘 맨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가라'고 했다면 학생들을 최대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이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교수는 등록금에 포함된 실험 실습비로 오선지와 졸업작품집이 제작됐음에도 학생들에게 별도의 돈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선지는 50장에 12000원에, 졸업작품집은 2만5000원에 판매했다. 이에 대해선 두 교수 모두 "예전부터 관례상 판매해오던 것"이라며 인정했지만 "판매한 수익금은 모두 세미나 경비, 간식비 등 학생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명했다.

특히 두 교수는 자신들을 향한 학생들의 사퇴촉구 움직임에 대해 학교측의 배후를 의심했다. 윤 교수는 "학교 이사회 내용은 교수들도 회의록이 올라와야 알 수 있는 것인데 학생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측면만 봐도 학교측에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닌가란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가 학과장에게 작곡과 실험실습비 예산에서 음대 공동경비로 지급된 800여만원에 대한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한 부분을 비롯해 총장 등 학교 측에 개인적으로 미움을 샀던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에 비대위는 "두 교수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모든 내용은 녹취와 문자 메시지 등 증거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 사과도 받지 않겠다. 두 교수님이 있는 한 숙명여대 작곡과는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알린다"며 "두 교수님의 자진사퇴를 바라며 이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학교에서는 두 교수님을 파면시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 교수는 특정 학생의 아버지가 논문 통과를 빌미로 돈 봉투를 건넨 전말도 폭로했다. 그는 "한 학생의 아버지가 찾아와 선생님들과 식사라도 하시라며 돈 봉투를 건넸지만 받지 않았다"며 "도대체 왜 우리 아이가 졸업 논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학생을 지도했던 교수와 강사들이 도저히 더이상 맡을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며 "심지어 학생이 개인적인 이유로 논문 신청도 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생의 논문을 일부러 탈락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학생은 "지금까지 윤 교수가 논문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통과된 학생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논문 신청을 안한 것도 어차피 탈락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고 더이상 윤 교수에게 시달리기 힘들어서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논문이 통과된 한 학생은 말 그대로 윤 교수의 노예였으며 돈까지 건넨 적이 있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며 "나 역시 등록금 외에 1200만원 가량이 졸업 논문을 쓰면서 사용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