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4 중앙은행 총자산 3.5조→9.1조 달러로 확대
출구전략시 한국 등 신흥국 금융 연쇄 '타격'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세계 경제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글로벌 유동성 규모가 2.6배가량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과 일본,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이 부른 이런 유동성 과잉상태가 출구전략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 금융시장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4(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중앙은행 자산을 기준으로 집계한 글로벌 유동성 규모는 2007년 1월 3조5천억 달러에서 지난 4월 9조1천억 달러로 2.6배 확대된 것으로 추산됐다.
글로벌 유동성 규모는 정확한 지표가 없어, 통상 주요국 중앙은행의 총자산, 주요국 총통화량, 세계외환보유액과 미국 본원통화의 합계 등으로 추산하는데 규모는 각기 다르지만 흐름은 거의 일치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자체 집계한 G4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총자산은 2007년 1월 8천700억 달러에서 지난 4월 3조3천200억 달러로 6년여 만에 3.8배 이상 늘어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2007년 1월 1조4천900억 달러에서 2013년 4월 3조4천억 달러로 2.3배가량 확대됐다.
또 일본은행(BOJ) 총자산은 같은 기간 9천500억 달러에서 1조7천870억 달러로 87.8% 증가했고, 영국 중앙은행(BOE)은 1천530억 달러에서 6천180억 달러로 300%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보다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자산버블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특히 선진국에서 흘러온 유동성으로 인해 일부 아시아 신흥국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올해 1분기 14개 도시 기준 주택가격지수가 2007년 1분기 대비 29% 상승했으며, 올해 3월 태국의 주택가격지수는 2008년 3월과 비교해 22.7% 올랐다.
또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의 주가지수는 2009년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 2008년 말 저점 대비 4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대해 국제기구들도 최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초저금리 여파로 인해 아시아로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향후 출구전략에 따른 자금 이탈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새로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 고수익을 찾아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흘러든 핫머니가 이 지역에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신용거품을 만들어내면서 공포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경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은 주식시장이 선진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이에 대한 국제공조 움직임이 추세적으로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7∼2012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신흥국 지수에 포함되는 7개국(인도 제외) 중 한국의 자본수지 변동성은 태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은 올해 들어 급등한 주식시장에 대한 조정국면적 성격이 있는 만큼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돈이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국가별로 차별화된 장세로 한국에는 유동성이 많이 유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는 자국 증시 조정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6 05: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