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구매, 더 이상 ‘호갱’이 되지 말아야
휴대폰, ‘공짜’는 없다
[류재복 대기자]
“저기요? 손님, 손님! 거기 가시는 손님! 저기요?”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지나가다 휴대폰을 판매하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판매자와 눈이라도 한 번 마주쳤다간 큰일이다. 판매자들이 지하상가가 울릴 정도로 크게 지나가는 손님을 부르기는 기본이고 길을 막거나 손을 잡고 가게에 끌고 들어가기까지 한다.
지하상가에 빼곡히 입점한 상가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휴대폰 대리점이다. 맞은편 모두 휴대폰 가게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10여개의 휴대폰 가게가 줄이어 자리한 곳도 있다. 가게 수뿐만 아니라 일하고 있는 직원들 수도 엄청났다. 조그마한 가게 한곳에 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기도 했다.
가게들은 저마다 현란한 광고 문구를 걸어 놓고 있다. ‘최신 폰 공짜’는 물론이고 ‘위약금 전액 지원’·할부원금 0원·‘현금 지급’ 등 문구만 보면 ‘누가 휴대폰을 비싼 돈 주고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가게에 들어가 직접 상담을 받아 보니 최신 폰인 삼성 갤럭시S5 광대역 모델을 구매하고도 보조금 명목으로 현금 20만원을 받을 수 있었고, 가지고 있는 휴대폰도 판매점에서 위탁 판매해 현금으로 돌려준다고 했다. 납부하는 요금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6만 9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했을 때 할부금을 포함, 월 8만 원대 초반의 요금을 내면 최신 폰을 이용할 수 있었다.
판매직원은 “다음 달이 되면 이런 현금 지급도 어려워진다. 되도록 빨리 바꿔야 한다”며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부가서비스 등도 모두 빼주겠다”고 구매를 부추겼다. 하지만 그는 휴대폰 기기 값이 원래 얼마인지,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24개월 동안 해당 요금제를 쓰지 않을 때의 불이익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그는 현재 휴대폰 판매점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지금이 휴대폰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직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지하상가에 휴대폰 판매점이 100개가 훨씬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반이 문을 닫았다”며 “다음 달부터는 일정 금액이상 보조금을 지급하면 법적으로 처벌하게 돼 모든 가게들이 동일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게 된다. 아마 현재 가게들의 70%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휴대폰 대란’이 없어질 것”이라며 “보조금 폭탄이라든지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게와 직원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호갱님’이다. ‘호갱’은 ‘호구’와 ‘고객’을 합성한 신조어로,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말이다.
‘호갱님’은 휴대폰 구매와 관련해 가장 많이 쓰인다. ‘호갱님, 우리 호갱님’이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휴대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서 ‘호갱 탈출법’·‘호갱 방지’ 등의 게시물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아무리 똑똑한 소비자라도 휴대폰을 구매할 때면 판매자에게 당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불하고 있었던 공짜 폰의 기기 값에 속지 않고 휴대폰을 저렴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꼼곰히 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