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사망?훈련빙자 가혹행위 의혹
군 당국의 무리한 훈련 탓에 20대 초반의 젊은 부사관 2명이 세상을 등졌다. 이들은 올해 도입되는 ‘포로체험 훈련’을 받다가 방수처리가 된 두건으로 머리가 씌워진 채 질식사했다. 이들 특수부대원은 실신하기 30분전부터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교관들은 이를 묵살했다.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YTN 화면캡쳐
3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 30~40분께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포로체험 훈련을 실시하던 중 이모(23)·조모(21) 하사가 숨지고, 전모(23) 하사가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훈련은 적군에게 포로로 잡힌 상황을 가정해 대비·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부대원의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얼굴을 천으로 만든 주머니로 씌우고 양팔은 뒤로 결박한 채 1시간 가량을 참아내는 방식이다. 군 당국은 이 훈련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뒤 본격 도입할 심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들 중 2명은 청주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훈련에서 사용된 두건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방수처리가 된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밝혀졌다. 통풍조차 되지 않는 재질의 두건을 유사상황을 가정한 훈련에 도입한 군 당국의 안전대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날 훈련에 참가해 포로 역할을 맡은 10명의 특수부대원들은 오전 8시부터 어떠한 식사와 음료도 제공받지 못했다. 다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들 부대원의 손을 묶은 결박 해제가 허락됐다. 전날 철야훈련으로 피로도가 극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다시 오후 9시께 이들 부대원 머리에 두건을 씌우고 포박했다. 한 시간이 지난 오후 10시부터 일부 인원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적군을 맡은 교관들은 이를 묵살했다. 이윽고 30분 정도가 지난 시점부터 해당 부대원 3명이 의식을 잃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군은 119에 신고했으며, 당시 현장에는 응급인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 후송된 뒤 이 하사는 오후 11시 15분, 조 하사는 11시 24분에 숨졌다. 부상을 입은 전 하사는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앓고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현장 감시를 위해 경찰 과학 수사팀과 민간인을 입회한 가운데 의혹이 없도록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육군본부 감찰실 인원을 투입해 훈련시스템에 대한 전반 조사를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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