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키열전’, 대학교수들의 ‘연기 열전’ 화제

posted Aug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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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연극 ‘멍키열전’에서 최용진, 하병훈, 천효범 교수 등 뜨거운 연기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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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들이 연기열전을 벌이고 있는 멍키열전 공연 사진이다.
(사진제공: 제5스튜디오)
 
 
 숱한 화제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연극 ‘멍키열전’에서 전, 현직 교수들이 연기 대결을 하고 있어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3일 혜화동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개막한 이 연극은 전, 현직 교수들이 무려 3명이나 출연하고 있고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강사도 1명 포함되어 있어 그야말로 ‘연기 열전’, ‘생생한 연기 강의실’ 그 자체다.

침팬지 ‘피터’ 역을 맡아 열연을 하고 있는 최용진 씨는 경주대 공연예술과와 스타니스랍스키 연기원 교수 출신이다. 연기교육의 명문 러시아 국립 슈우킨 연극대학에서 실기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유학 전 극단 ‘산울림’에서 배우로 출발 극단 ‘미추’, ‘동’에서 활동해 온 데뷔 26년의 중견 배우다.

그는 연극 <멍키열전>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해설자 ‘배우’이자 주인공 ‘피터’ 역할을 맡기 위해 대학 교수직을 사임할 만큼 이 작품에 열정을 쏟고 있다. 작품 해석력과 인간(배우), 침팬지(원초적 원숭이), 의인화된 원숭이로 변하는 그의 연기 변신이 눈 부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주역 유병언이 오랑우탄으로 환생하여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오는 하덕부 씨는 인천대학교 공연예술과 교수이다. 그는 최용진 교수와 함께 주인공 ‘피터’ 역을 더블 캐스트로 맡아 5개월 동안 연습해 왔으나 공연 15일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부득이 출연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나상만 연출가가 작품을 다시 써 ‘우랑우탄’의 역할을 만들어 무대에 서게 된 행운아다. 그가 무대에 서는 시간은 불과 6분이다. 그러나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상만 연출가가 창설한 ‘스타니스랍스키 연기원’의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그의 연기 열정은 대단하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깁스를 풀고 펼치는 우랑우탄의 몸놀림과 유병연 특유의 몸짓 연기에 관객들의 찬사가 뜨겁다.

고릴라 ‘이스마엘’ 역을 맡고 있는 목원대학교 TV영상학부 천효범 교수도 현직이다. 그는 스타니스랍스키 연기원 1기 졸업생으로 슈우킨 연극대학에서 실기 석사학위를 받았다. 188센티미터의 장신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현역 모델로 활동했고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며 극단 ‘제5스튜디오’의 준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대학이 있는 대전과 서울 연습장을 번갈아 가며 이 작품에 6개월 동안 매달려왔다. 작품 속에서 그 특유의 장신과 몸짓을 통해 고릴라의 능청스러움과 우직함을 동시에 표현해내고 있다.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며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전문 연기자는 많지 않다. 그만큼 대학과 현장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교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경우는 한국 연극사상 최초이다. 또한 그들은 공히 연기의 바이블로 불리는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전문가들이어서 그들의 뜨거운 연기 대결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연극 <멍키열전>에는 이들 외에도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배우가 또 있다. 연극에서 ‘빼아트리체’ 역을 맡고 있는 최보람 씨는 유일한 여자 배우로 백제예술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나상만 연출가가 미국에 창설한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녀는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이 연극의 출연을 위해 귀국할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연극 <멍키열전>은 개막 첫날부터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너무나 원숭이다운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는 관객들의 반응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무대에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배우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이 연극은 한마디로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배우들이 혹독한 훈련과 연습을 거쳐 만든 연극이다. 연극의 묘미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멍키열전>은 그야말로 배우 중심의 연극이다. 그래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 단지 재미있는 연극이 아니라 오락성과 작품성이 곁들어진 유쾌한 연극이다.

대학교수들이 논문 쓰기 싫어 연극한다는 루머가 있다. 그러나 연극 <멍키열전>에 출연하는 교수들에게 이 루머를 적용시킬 수는 없다. 그들이 이 작품을 연습해 온 시간은 논문 다섯 편을 쓰고도 남을 5개월이 넘는다. 그들이 무대에서 흘리는 땀에서 그들의 무대를 향한 열정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점이 연애 연극 일변도의 대학로 연극과 차별화되는 변곡점이다. 원숭이들을 통해 인간 세계의 모순과 비리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이 연극의 주제는 이들의 연기 속에서 호소력을 갖는다.

 
 

연극 <멍키열전>은 8월 31일까지 공연되며 오늘 10월 15일 모스크바의 중심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슈우킨 연극대학에서 공연된다. 창설 100주년을 맞는 이 대학의 초청을 받았다. 이 연극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나상만 씨는 이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그는 이 대학에 ‘한국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한국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연극영화과가 난립하고 있는 한국 연극계에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제5스튜디오 카페: cafe.daum.net/the5studio
문의: 010-7605-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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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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