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원은 절실한 문제다. 절실한 만큼 그걸 노린 사기도 극성이다. 요즘 고시원 투자라는 게 인기인데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솔깃해서 손을 댔다가 낭패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3년 전 은퇴한 66살 임채훈 씨 부부가 운영하는 고시원이다. 30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8월 은퇴 자금을 방 22개짜리 고시원에 투자했다.
빈방 없는 목 좋은 고시원이라는 말을 믿고 보증금 2천300만 원에 권리금 1천500만 원을 얹어 줬다. 그런데 막상 운영을 해보니 방 22개 가운데 사람이 사는 방은 4개뿐이었다. 고시원을 넘긴 58살 박 모 씨를 포함한 일당 5명이 제시했던 입실자 명부는 가짜였다. 이들은 고시원을 소개할 때 이렇게 고시원 안에 각종 의류와 살림살이를 채워 넣어 세입자가 실제로 살고 있는 것처럼 감쪽같이 속였다.
임 씨는 매달 200만 원에 가까운 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임채훈(고시원 투자 사기 피해자)씨는 "하도 손해를 많이 봐서 어디 경비로 취직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박 씨 일당은 한 고시원에서만 임차권을 네 차례나 거래하며 권리금 장사를 하기도 했다. 장사가 안 돼 비어 있는 고시원 임차권을 헐값에 산 뒤 임대료 수입이 좋다며 권리금을 붙여 피해자에게 넘기고, 매출이 낮아 피해자가 헐값에 내놓으면 다시 사들여 다른 투자자를 찾아 넘기는 수법이었다.
홍승철(고시원 투자 사기 피해자)씨는 "나중에 팔 때도 또 똑같이 똑같은 일당에게 똑같이 당했다는 것 자체가 속상한 일이고 거기서 그렇게 속이고 들어오는 건 전혀 파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1년 동안 인천과 부천 지역을 중심으로 7차례에 걸쳐 고시원 권리금 4억 원을 가로챘다. 검찰은 박 씨를 구속 기소하고, 일당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재식 변호사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인데 고액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그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원은 마트나 음식점처럼 매출을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만큼 장부 외에도 입주자가 실제로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