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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첫 여성회장 이정순

posted May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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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회장대회 참석차 내달 방한…7월 13일 취임

 

    "후회 없이 일해 재미동포 대변하는 단체 만들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저는 한번 하면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임기 2년 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봉사를 앞세우고 내실을 다져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를 220만 재미동포를 대변하는 명실상부한 대표 단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힐튼호텔에서 열린 미주총연 정기총회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제25대 회장에 당선된 이정순(64) 신임 회장은 '후회 없는', '열정적으로'라는 말을 몇 번씩 강조하며 당선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 신임 회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미있게 일하다 보면 미주총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확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여성 회장'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민주평통 협의회장 등을 하면서 여성, 남성 편을 갈라본 적도 없고, 여성이라고 해서 불편한 것도 없었다"며 "36년 미주총연 역사에서 이제는 여성 회장이 나올 만하기에 당선한 것뿐"이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미주총연은 미국 50개 주와 각 도시에 산재한 150여 개 한인회를 아우르며 220만 명에 달하는 재미동포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다.

 

1977년 도미해 1999년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여성 한인회장을 지낸 이 신임 회장은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협의회장, 미주총연의 서남부지역협의회장·상임위원·부회장·수석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미국 서부담당관을 맡고 있으며,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신임 회장은 유진철 현 회장의 불출마 결정으로 지난달 단독 입후보했고, 122명의 대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정기총회에서 추대 형식으로 회장에 당선됐다.

 

다음은 이 신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 미주총연은 지금까지 선거 후유증으로 반목과 갈등을 거듭해왔다.

 

▲ 맞다. 선거만 하면 패가 갈려 싸웠다. 다행히 이번에는 경선이 치러지지 않아 다툼은 없었다. 무투표로 가다 보니 저를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 경선이 있었다면 또 갈라졌을 것이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미주총연의 선거 문화가 바뀌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긴 자가 먼저 베풀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36년 역사에서 이제 1세대들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실제로 새로운 인물들이 미주총연에 많이 나오고 있다. 신진세력들이 선거 문화를 바꿔 나갈 것이라 믿고 있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인선이다.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재미동포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려는 사람을 뽑아 쓸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으로 같이 갈 것이고, 그것이 통합이고 화합일 것이다.

-

- 미주총연을 운영할 기본 틀은 무엇인가.

 

▲ 미주총연 산하의 서북미·서남부·중서부·중남부·동북부·동중부·동남부·플로리다 8개 연합회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각 연합회에서 재미동포 사회를 위해 하나씩 정책을 내놓고 실행한다고 해도 8개 사업이 된다.

 

각 연합회 회장과 회원들의 의견을 끝까지 듣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미주총연의 전직 회장이나 임원들은 각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미주 한인사회를 위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밝혀 달라.

 

▲ 차세대 인재 발굴과 인력 지원 시스템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한국 정부와 함께 구축하는 일에 나서려고 한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창조 경제' 실현에 협력할 계획이다. 또 유진철 전 회장이 힘써온 '한-흑인 관계' 개선을 확대 강화하겠다.

 

1992년 LA 폭동의 상처가 아직도 생생하다. 한-흑인 대립은 우리의 손실이며 아픔이다.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와 연 2회 정도 대표 회담을 열어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다.

 

남북한 관계가 경색돼 있다. 재미동포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궁극적으로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남북이 갈라져 있는 것은 한민족의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다.

 

한인 1.5∼2세대의 주류사회 진출과 정체성 확립에도 특별한 관심을 두고 지원할 것이다. 미주총연 뉴스레터도 발간,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

 

--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확충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회비 10만 달러, 정부 지원금 10만 달러, 기부금 10만 달러 등 모두 합쳐 연간 30만 달러가 들어온다고 한다. 부족하지만 이 예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다. 열심히 하면 많은 분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 정부도 재미동포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요구만 하고, 희생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지원해야 한다. 협력해서 같아 가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예산 지원이 우선이다. 재미동포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면 예산은 줄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한국 정부와 재미동포가 서로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 차세대 육성에 관한 견해를 말해 달라.

 

▲ 1세대들은 고국만 쳐다보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쓸데없이 고국을 왔다갔다하며 정치권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보니 2세들의 주류사회 정착과 진출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미국 투표 참여가 저조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앞으로 2년 동안 고국을 쳐다보며 왔다갔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신 2세들이 주류사회에 진입하도록 힘을 보탤 생각이다. 미국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당신(후보)을 지지할 것이다. 당신은 우리 한인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식이다. 미주총연은 앞으로 이를 철저히 활용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의 제인 김 시의원을 후원했다. 우리 1세대의 책임은 제2, 제3의 제인 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주총연이 나서서 해야 한다.

 

-- 동해·독도·위안부 등의 문제에 재미동포가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미국 지자체 차원에서 세운 것은 전적으로 재미동포의 힘이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나설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산발적으로 일을 벌여왔다. 앞으로는 미주총연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효과적이다. 우리가 계속 이슈를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앞으로의 개인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 오는 6월 18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다. 돌아오면 7월 13일 취임식을 치를 예정이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2 11: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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