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종영..고용불안 날카로운 풍자·김혜수 압도적 존재감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송별회라도 하자는 동료들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미스김은 떠났다.
계약기간 3개월이 종료하자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당당했다. 스스로 비겁해지지 않으려 오롯이 홀로 서는 법을 배운 이의 결기였다.
그러나 이런 미스김을 만들어 낸 것은 기댈 곳 없는 계약직의 슬픈 현실이었다.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이 '슈퍼 계약직' 미스김이 예정대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2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마지막 회 전국 시청률은 14.2%였다. 총 16회의 평균 시청률은 13.0%였고, 자체 최고 시청률은 지난달 23일 기록한 14.6%로 집계됐다.
드라마는 미스김을 중심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 고용 불안의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매회 펼쳐지는 코믹한 상황에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100개가 넘는 자격증을 갖출 정도로 만능에다 계약된 업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완수하지만 계약사항이 아닌 업무는 칼같이 거절하고, 회사 동료들과 인간적인 관계는 맺지 않는 미스김은 비정규직의 또 다른 정점을 보여줬다.
인간적인 동료애를 강조하면서 정리해고를 서슴지 않는 회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미스김이 회사를 우정이 아닌 생존을 나누는 곳으로 규정한 것은 차가운 현실의 반영이었다. '막내딸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고 과장의 소원은 대다수 가장의 소원이기도 하다.
최근 문제가 된 '갑의 횡포'도 비정규직을 매몰차게 내치는 극 중 상황과 겹쳐졌다. 미스김은 자발적 계약직을 택하며 끝까지 을을 대변했다.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오프닝부터 소소한 세트장 인테리어까지 드라마는 일본 원작에 많은 부분을 기댔지만, 결국 원작 속 2007년의 일본과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촘촘한 이야기와 함께 드라마를 이끈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미스김으로 분한 배우 김혜수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그의 열연은 '김혜수가 아닌 미스김'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김혜수는 섹시스타 이미지를 버리고, 빨간 내복과 우스꽝스런 메주 인형 분장도 마다하지 않으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사했다. 김혜수의 연기는 그가 섬세한 코미디에도 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했습니다만'이란 특유의 말투도 화제가 됐다.
정유미와 이희준, 오지호 등 다른 배우들의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김혜수는 드라마 홍보사를 통해 "이렇게 스태프들과 동료배우들이 좋아서 종영하기 싫은 작품도 처음"이라며 "미스김을 만나 큰 힘이 됐고,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다. 미스김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직장의 신' 후속으로는 김남길, 손예진 주연의 '상어'가 27일부터 방송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2 10: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