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에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일본의 수입물가는 오르고 있지만 개인소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엔화 약세로 한국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일본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한국 증시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수입물가 증가율은 10% 선까지 상승했다.
3월과 4월의 3개월 이동평균 수입물가 상승률이 각각 10.7%, 10.3%로 2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였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
엔저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기대에도 정작 민간 소득은 늘지 않고 있다.
일본 개인소득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3개월 이동 평균 기준으로 지난 2월과 3월 각각 0.1%, 0.0%를 나타냈다.
현금소득 증가율은 -0.9%, -0.3%로 오히려 감소했다.
엔저로 기업 이익이 증가해도 근로자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가계 실질 소득이 저하되고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일본 국채 금리 급등도 심상치 않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 0.880%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5월 25일 이후 약 1년 만의 최고치다.
국채 발행 급증에 대한 우려와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및 엔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 등으로 인해 일본 국채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된 결과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정책이 실패하면 한국 경제에 더 막대한 충격이 올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대형 악재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달성 과정에 불안 요인들이 잠재돼 있다"며 "특히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확대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심리가 극대화되면 주식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채금리 상승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엔화 약세는 더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이 실패하면 큰 문제"라며 "개인소득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 강등에 노출되고 엔화는 일본 정부가 원치 않는 더 강한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노믹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요동치자 일본 정부 자문위원회가 강력한 경고음을 낸 데 이어 일본은행도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베노믹스'의 2차 피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일본에서 자금경색이 나타난다면 일본 금융기관들은 해외에 투자하고 있던 자금들을 회수하려 할 것"이라며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의 재정위기와 파급 효과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2 05: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