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고국 무대 여는 美빌보드 클래식차트 1위 임현정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임현정(27)이 세계적 음반사 'EMI 클래식'에서 발표한 데뷔 음반은 일종의 '사건'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의 데뷔 음반이 신인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었던 것.
이 대담한 신예는 구할 수 있는 베토벤 관련 서적을 모두 탐독했고, 이를 토대로 연주는 물론 음반 프로듀싱, 프로그램 해설까지 직접 맡아 자신만의 베토벤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리고 이 음반은 작년 6월 미국 빌보드 클래식차트 정상에 오르고야 말았다. 한국인 연주자가 이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유튜브 스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왕벌의 비행' 연주 동영상이 "비행하는 손"이라 불리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스타'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클래식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국내 데뷔 무대가 오는 23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작년 5월 한국에서 쇼케이스 형식의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청중 앞에 서는 공식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의 첫 무대이다 보니 모든 감정이 격하게 다가온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감성적이게 돼 더 좋은 점도 있고, 더 컨트롤 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아버지도 제 무대를 처음 보세요. 정말 뜻 깊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갈망해온 한국 무대에서 라벨의 '고귀하고 감상적인 왈츠', 쇼팽의 '발라드' 전곡(4곡),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주최 측은 그가 크게 주목받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임현정의 바람대로 이 같은 프로그램이 확정됐다.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는 베토벤의 소나타, 아니 모든 음악을 대표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을 초월하는 우주적인 음악이죠. 낭만 레퍼토리의 대표격인 쇼팽 '발라드'는 언제부터 이 곡을 치기 시작했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오래전부터 제게 깊이 다가왔던 곡입니다. 라벨은 EMI에서 발매될 제2집 음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이어 그에게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소감을 물었다.
"제가 거의 출산하다시피 탄생시킨 음반입니다.(웃음) 많은 분이 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그는 '음악의 본질' 혹은 '음악의 뼈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빌보드 1위' 등을 다룬 기사 등을 보면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그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고, '빌보드 1위' 등의 수식은 음악을 통해 얻는 덤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바라보는 제 자세겠죠."
그는 이날 간담회에는 화려한 꽃무늬 의상을 입고 참석했지만, 무대에서는 늘 그렇듯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할 예정이다. 무대에서는 음악과 작곡가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바란다는 평소 신념에 따른 것이다.
"작곡가와 음악만이 '하이라이트'가 됐으면 해요. 전 작곡가 뒤에 물러나 앉아 있는 좋은 '전달자'이고만 싶어요."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 5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7만원. 문의 ☎02-541-3184.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0 16: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