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털 밀고 여승무원 변신한 영국 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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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진그룹 회장 "내 다리 예쁘죠"
- (퍼스<호주>=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간) 호주 퍼스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에어아시아엑스 항공기 안에서 여승무원 복장을 하고 승객과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5.12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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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내기 약속 지켜
(퍼스<호주>·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수염이 덥수룩한 건장한 체구의 60대 남성이 빨간 치마에 검정 망사 스타킹 차림으로 여객기 통로 맨 앞에 섰다. 그가 나타나자 취재진들은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떼로 몰려들어 비좁은 통로를 메웠다.
12일 오전 호주 퍼스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5시간 30분 동안 비행하는 에어아시아엑스 항공기. 이날 하루 승무원으로 변신한 인물은 영국의 억만장자이자 기행으로도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었다.
200개 넘는 기업을 거느린 갑부이자 기사 작위까지 있는 브랜슨이 여자 승무원 행세를 한 것은 에어아시아 최고경영자인 토니 페르난데스와 내기를 했다가 졌기 때문이다.
둘은 항공사와 포뮬러원(F1) 팀을 모두 소유한 공통점이 있으며 페르난데스가 버진 계열사에서 일한 인연이 있다.
이들은 나란히 F1에 처음 뛰어든 2010년 성적이 낮은 팀 구단주가 상대방의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비행해야 한다고 내기를 했다. 이날만큼은 수십 년 전과 반대로 페르난데스가 브랜슨의 보스가 됐다.
약속이 지켜지는 데는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브랜슨이 다리를 다쳐 약속이 미뤄졌지만, 그가 나에게 진단서를 보여준 적은 없다"며 농담했다.
하지만 브랜슨은 비행기가 뜨기도 전부터 실수인 척하면서 주스가 있는 쟁반을 페르난데스에게 일부러 쏟아 흠뻑 젖게 하는 짓궂은 장난으로 응했다.
전날 퍼스의 칵테일파티에서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영국, 호주 등 각국 취재진 앞에서 바지를 벗고 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다리털을 밀게 하는 쇼맨십을 자랑했던 브랜슨은 이날 치마 밑으로 날씬한 각선미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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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내가 보스"
- (퍼스<호주>=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이 승무원 복장을 하고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에게 음식을 서비스하고 있다. 2013.5.12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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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슨은 쿠알라룸푸르공항에 도착해 페르난데스로부터 명예 승무원증을 받았다. 그는 "승객들이 즐거워했다고 생각한다. 승무원 경험은 처음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매일 같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승무원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항상 말했는데 내기의 약속을 결국 지키고 자선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에어아시아엑스는 대형 A330 항공기를 가득 채운 승객 1명당 100호주달러를 호주 아동재단에 기부했다.
페르난데스는 브랜슨의 승무원 활동이 어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내가 그를 고용할 일은 없다. 대한항공으로 보내버릴 것"이라며 놀렸다.
브랜슨은 1970년대 음반회사 버진레코드를 발판으로 항공, 이동통신, 금융, 음악, 철도, 리조트, 우주여행, 청정연료 등 200개 넘는 회사를 거느린 버진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순자산 42억달러로 영국에서 4번째 부호다.
그는 세계 기록도 여러 차례 수립했다. 1986년 최단 시간에 대서양을 보트로 건넜으며 이듬해에는 열기구로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했다. 이후에도 일본∼캐나다, 모로코∼하와이를 열기구로 건넜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수단 난민 인도주의 활동과 핵무기 제거 운동 등 다양한 사회·환경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상업 우주여행을 실현하려는 꿈을 꾸고 버진갤럭틱을 만들기도 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2 15: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