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경 "여배우의 삶, 포장할 수밖에 없어"

posted May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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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여배우의 삶, 포장할 수밖에 없어"

 

"'우와한 녀'는 프리미엄 막장 드라마..고마운 기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톱 여배우는 과장과 꾸밈없이 썼다는 자신의 에세이를 술술 읽어 내려간다.

 

'다시 태어나도 (남편) 공정한'이라는 장(章)을 읽어달라는 독자의 요청에 '움찔' 침을 꿀꺽 삼킨다. 이 작은 '파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화려한 막장의 대서사로 번진다.

 

10년 동안 자신과의 잠자리를 손사래 치던 남편은 황당하게도 아들의 '남자' 과외선생과 눈이 맞았다. 물론 미국 명문대에 다니는 것으로 돼 있는 아들은 4년째 고등학교 2학년이다.

 

바로 tvN 목요 드라마 '우와한 녀'의 주인공 조아라 이야기다.

 

극 중 조아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삶으로 포장돼 있지만, 여배우라는 가면을 벗기고 난 이면에는 상처입은 속살이 가득하다.

 

최근 경기도 파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그를 연기하는 탤런트 오현경(43)을 만났다.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에요.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포장할 수밖에 없죠. 전부 다 보여주면 처음엔 기뻐하다가도 단점이 나타나면 관대하지 못하죠."

 

그는 "여배우의 삶은 어쩔 수 없다"며 "전부 보여준다 해도, 사람들은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적정선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고 보면 비록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극 중 조아라와 오현경의 삶에도 접점이 있다.

 

조아라가 아들 공민규(진영 분)에게 부모의 정체를 드러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부분은 오현경이 지난달 한 케이블TV 토크쇼에서 '딸이 밖에서 내 사생활에 대해 묘사를 많이 하더라'고 토로한 장면이 오버랩돼 웃음을 자아낸다.

 

"저도 집에서는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죠. 하지만 밖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대중에게 드러나는 직업이니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드라마 판 'SNL 코리아'를 표방한 '우와한 녀'에서는 조아라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이중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극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아나운서 공정한은 동성 애인과 여행갈 생각만 가득하고, 뼛속까지 군인인 '투스타' 최고야는 이웃 조아라를 탐낸다. 기자로 일하는 조아라의 이복동생 현상범은 손에 쥔 비밀을 빌미로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 한다.

 

여배우·장성급 군인·아나운서 등 우리나라에서 나름 영향력 있는 이들의 적나라한 이면이 시청자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것. '우와한 녀'가 '막장'의 끝을 달리면서도 마냥 코미디로만 쏠리지 않는 이유다.

 

"'우와한 녀'는 프리미엄 막장 드라마에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기에, 그냥 '막장'이 아니라 '프리미엄 막장'이죠. 어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끔 '19금(禁)' 요소도 넣어서 더 와 닿죠."

 

오현경은 이 드라마의 주제에 대해 "겉으로 좋아 보이고, 모든 것을 누리는 것 같아도 그만큼 아픔이 따른다는 것"이라며 "항상 두 가지 가운데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막장 드라마의 끝이 결국 인생 공부라는 설명인데, 그럴싸하게 들린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가면을 쓰고 살잖아요. 드라마가 그걸 보여주니까 시청자들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해서 재미있어하시는 것 같아요."

 

 

 

오현경은 지난 1988년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출연한 사극인 SBS '대풍수'에서는 고려 최고의 무당 수련개를 연기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파격적인 드라마 '우와한 녀'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연이은 모험이다.

 

"사극은 처음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기회였죠. 제 목소리가 사극에 맞는 것 같아요. 전에는 제가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한복이 어울릴지 누가 알았겠어요? (웃음)"

 

그는 '우와한 녀'에 대해서도 "이 나이에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말 고마운 기회다. 올해 무언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하고서 활짝 웃었다.

 

올해 나이 마흔셋, '엄마'나 '고모'가 아닌 '여자'로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제작진이 공들여 '예쁜 그림'을 담아내 주기에 무척이나 만족스럽단다.

 

이날 인터뷰 직전에도 그는 와인을 마시는 한 장면을 위해 몇 차례나 카메라 앞에 나섰다. 좋은 그림을 위한 반복 촬영이 잦은 탓에 오전 내내 겨우 두 장면밖에 담지 못했다.

 

오현경은 "'우와한 녀'는 내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20대부터 찍은 것 가운데 화장품 광고를 제외하고는 이게 가장 예쁘게 나온 것 같다. 작품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오현경도 저렇게 연기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거에요. 더는 바랄 게 없죠. 그런데 오버 연기는 위험할 것 같아요. 캐릭터가 '우아한 척'을 하면서 허당인 것이지, 일부러 웃기려고 하면 안 되거든요."

 

 

 

ts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3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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