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왜 유병언을 붙잡지 못하나?

posted May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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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왜 유병언을 붙잡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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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추격을 시작한지 보름이 넘었다. 그러나 유 전회장은 검찰과 경찰을 비웃듯, 여전히 수사망을 피해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대체 왜 유 전회장을 붙잡지 못하는 걸까.


◇유병언 돕는 구원파, 조직적인 수사방해

검찰은 유 전회장을 돕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돕는 인물들은 체포 과정에서 오랫동안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거나 진술을 하지 않고 심지어 성추행이나 적법절차 시비를 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전에 교육을 받고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전회장의 '심복'들은 유 전회장의 도피를 지원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구원파에 십일조를 한 신도 중 행적이 묘연한 사람을 중심으로 확인 작업을 벌여 유 전회장을 도운 인물들을 추려냈다.


구속된 한 모씨는 경기도 안성교회 신도이자 유 전회장의 계열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계열사 직원으로 금수원에 있는 미네랄 생수와 마른 과일 등 도피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순천 지역으로 옮겨주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회장의 오랜 측근인 추 모씨는 한 씨로부터 물건을 받아 유 전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변 모씨 부부는 차명 휴대폰을 추 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모두 구속됐다. 도피자금 800만원, 도청감지장치, 차명휴대폰까지 들고 유 전회장과 도피생활을 함께한 아해프레스 여직원 신 모씨도 현재 구속돼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또 유 전회장의 도피를 총괄·기획한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재단 이사장을 최근 구속했다. 총괄기획, 물자조달, 은신처 제공을 했던 유 전회장 측근들이 대부분 붙잡힌 것이다.검찰은 유 전회장을 돕다가 적발돼 실형을 살수도 있는 상황에서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돕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회장 역시 5억원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만큼 '심복' 외에는 도피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검찰이 이제 쫒는 것은 구원파 신도 양 모씨다. 양씨는 목수로서 유 전회장 별장의 가구 등을 직접 만든 인물로 별장 인근 지리에도 매우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회장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양 씨를 도주생활의 운전기사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씨가 몰고 다녔던 EF소나타 차량을 발견하고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양씨의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양씨의 행방을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양씨를 찾으면 유 전회장의 운신의 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수사방해 있었다지만…

구원파의 수사방해가 있었다지만 검거에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검찰과 경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수사 초기 유 전회장 측과 연락이 된다는 이유로 유 전회장의 신병확보에 안일하게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검찰은 또 유 전회장이 연락이 두절된 후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전후로 유 전회장이 경기 안성의 금수원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금수원 인근의 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유 전회장이 이달 초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가 순천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피의자가 이미 도주한 사실도 모른 채 계속 금수원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검찰은 현재 유 전회장이 전남 순천 근방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도주가 장기화된 만큼 유 전회장이 이미 이 지역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유 전회장이 송치재를 거쳐 지리산으로 도피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은신해 있는 피의자를 단기간에 검거하지 못하면 결국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해야 해 상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사 초기 검거를 자신하던 검찰이 유 전회장 측에게 '당하고' 있는 형국이며검찰은 순천의 은신처 반경 20km내 20여개 검문소를 설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양씨를 쫒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연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매우 따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