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현안은 수신료 현실화..여성으로서 소통능력 살릴 것"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BS에서 창사 40년 만에 최초로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류현순(57) 신임 부사장.
류 부사장은 KBS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기도 하다. 길환영 사장을 도와 공영방송 KBS를 이끌어갈 책임과 함께 '최초'란 타이틀이 그의 어깨에 더해진 셈이다.
류 부사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신료 현실화를 최대 현안으로 꼽으며 "여성 부사장으로서 후배들이 능력을 펼 수 있게끔 돕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류 부사장과 일문일답.
-- 부사장이 된 소감은.
▲기쁘고 어깨가 무겁다. 부사장은 사장의 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위아래와 소통하는 자리라 생각한다. 리더라기보다는 바이스(vice)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여성으로서 구석구석을 아우르는 소통능력을 살려 길환영 사장의 배가 잘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
--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란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방송사에서 여성으로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후배들로부터 따뜻한 축하를 많이 받은 걸 보면 내가 그렇게 잘못 산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자리에 오를 수 있던 데는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리천장을 뚫고 나오니 여성들의 도약이 한결 수월해진 것 같다. 앞으로 능력 있는 후배들이 많은 자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살피려 한다. KBS 내에서 여성인력의 임신과 출산 등에 따른 업무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방송담당 부사장이지만 이런 문제와 관련해 합리적인 출구를 마련하려 한다. 여성 부사장의 몫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 KBS의 최대 현안은 뭐라고 보나.
▲수신료 현실화가 1번이다. 현재 KBS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다.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며 인력과 제작비를 줄였고,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3천억 원에 가까운 차입경영을 하게 됐다. 가용 재원이 한계에 부딪히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점은 여건이 어려워지면 KBS가 '방송계 인력사관학교'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방송의 공공성에 관한 교육을 받은 KBS 출신 인력들이 다양한 매체로 진출해 활약해왔다. KBS가 많은 인재를 뽑지 못하게 되면 젊은 인재들이 열악한 환경의 외주 제작사 등에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제작일선에 뛰어들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수신료 현실화는 좋은 방송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 수신료 현실화로 KBS 2TV의 광고가 없어지면 종합편성채널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광고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방송의 질 향상을 위해서 일부 광고의 존치는 필요하고, 세계 유수의 공영방송사도 광고를 겸하는 방송사가 많다. 광고를 없애 종편에 준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적절한 선의 광고를 유지해야 방송사의 경쟁력이 생긴다.
--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결국 재원의 싸움이다. 보도에서는 해외뉴스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재원이 확보된다면 우리의 시각에서 본 세계 구석구석의 뉴스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는 제작비 부담이 커지다 보니 콘텐츠 권리를 방송사가 100%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콘텐츠 권리를 100% 확보한다면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해외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예능도 가용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좋은 인재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 KBS 새 노조는 길환영 사장 취임부터 공정성과 내부 통합 면에서 우려를 표해왔다.
▲KBS에 언로가 막혔다면 그런 주장이 나올 수 있겠나. 노조의 주장은 경영진을 환기시켜주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KBS의 보도는 자율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있다. 경영진 누구도 특정 세력에 기대서 KBS를 이끌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게 경영진의 의지다.
-- 여성으로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던 원동력은.
▲우선 타고난 체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30여 년 동안 일하면서 아파서 회사에 못 나온 적이 없었다. 건강 체질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많은 시간 일을 할 수 있었다. 엄마가 돼서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웠다. 아이들이 냉장고에서 알아서 찾아 먹게 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챙기도록 했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자로 출발했지만 보도국을 떠나 다양한 사내 업무를 경험하면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많은 기자 후배들이 보도국 밖으로 안 나오려 한다. 그러나 한 자리만 보기에는 세상은 다양해져 가고 있다. 자기 분야를 뛰어넘어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9 14: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