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계속하며 한국 배구 활성화에 기여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 대학 배구의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4년 동안 대학 배구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오한남(61) 한국대학배구연맹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지난 1월 대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5대 회장에 추대돼 지난달 26일 공식 취임했다.
오 회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프로 배구 인기의 뿌리는 대학 배구에 있었다"면서 "'스타 산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학 배구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학 배구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도록 해외 팀과의 교류전을 늘리고 국내 춘·추계 리그전과 함께 대학총장협의회가 주관하는 주말 리그전과 4강전을 더 알차고 내실있게 치르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한·중·일 대학배구대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원래는 올해부터 이 대회를 열기로 하고 준비했지만,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는 현재 각 대학에서 활약하는 신진식(홍익대), 최천식(인하대), 김찬호(경희대), 류중탁(명지대), 김형태(경남과기대) 등 '스타 감독'들이 대학 배구의 인기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대학 배구의 부활을 견인하겠다는 오 회장은 과거 '중동의 홍콩'으로 불렸던 바레인에서 호텔업과 부동산업을 하는 사업가이다. 그가 왜 대학배구연맹의 수장(首長)에 오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영원한 배구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 대신고등학교 배구부의 140연승 대기록을 수립하는 주인공이었으며 명지대, 대한항공, 금성통신(현 LIG)을 거쳐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지금은 별로 없지만 왕년에는 잘나가는 스타였다.
한일합섬 코치와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은 그는 1991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알리 클럽에 감독으로 스카우트돼 중동 땅을 밟았다. 2년 뒤 바레인 국가대표 감독에 발탁돼 다시 이주하고 이 나라 레주마클럽 감독을 끝으로 40여 년간의 배구 인생을 접었다.
그는 귀국하지 않고 그곳에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천광역시의 강화도만 한 크기의 이 나라에서 그는 호텔과 한식당을 운영했다. 한때 바레인 국왕과 왕자들, 행정부 장·차관 등 고위인사들과 친분을 맺으며 사업 수완을 발휘해 호텔을 6개까지 운영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바레인의 상권이 급속히 두바이로 넘어가면서 타격을 받았다.
"지금은 수도 마나마에서 호텔 한 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반으로 쪼그라들었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운영하는 이 나라 유일한 한식당인 '아리랑 & 에도'가 한인은 물론 현지인, 동양인, 유럽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바레인에 사는 한인은 282명. 4명의 시민권자를 제외하곤 나머지가 한국 국적을 소지한 체류자이다. 그는 2004년부터 2년 동안 한인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또 추대돼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2∼15기 위원을 지냈고 한글학교 교장,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바레인 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업과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배구와의 인연의 끈만은 놓치 않았다. 사업차 방한했을 때도 선·후배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경기장을 찾아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처럼 배구계 맏형 역할을 하던 그는 지난 2011년 대한배구협회 산하 서울시 배구협회장에 취임해 지난해 말 임기를 마쳤고, 이번에 대학배구연맹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맹의 회장 자리는 월급이나 활동비가 없어요. 순전히 봉사직이랍니다. 해외에서 사업해 번 돈을 배구를 위해 쓸 생각입니다. 연맹 회장에 취임할 때 초·중·고 배구 꿈나무와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것도 그 차원입니다."
오 회장은 앞으로 한국과 바레인을 오가며 연맹 회장 임무와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한남 대학배구연맹 회장.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8 10: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