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이어 건설·농업은행도 동참
"금융 당국 지시에 따른 조치"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은행에 이어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중국의 주요 '국유상업 은행'이 북한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중국 금융계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중국은행 외에도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이 조선무역은행을 비롯한 북한 금융기관과 협력 업무를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은행업관리감독위원회 등 금융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은행의 한 관계자는 "(공식) 번호가 붙지 않은 통지가 내려왔다"며 "미국의 제재 때문에 송금 등 북한에 대한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농업은행 관계자도 "제재 문제로 대외 업무 가운데 북한과 관련한 업무가 정지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언제부터 북한 관련 업무가 중단된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과 더불어 중국의 4대 국유상업 은행 가운데 한 곳인 공상은행은 북한과 관련한 업무 정지 여부를 묻는 말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금융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볼 때 공상은행도 비슷한 조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의 무역결제 은행인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중국은행의 계좌 폐쇄 및 거래 중단 조치가 지난 3월 말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주요 금융 기관이 북한과 거래 중단에 나선 것을 두고 중국이 미국의 압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애초 미국의 단독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과 거래 중단에 소극적이었지다.
그러나 세컨더리 보이콧 효과로 자국 은행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외교부의 반응을 보면, 중국이 은행 감독 당국이나 은행 스스로 조처를 한 것으로 비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 폐쇄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구체적인 문제는 직접 해당 부처에 물어보라"며 답을 피했다.
미국은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실행의 연장선"이라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양자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끈질기게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조선무역은행이 북한과 이란 사이의 탄도 미사일 거래를 지원하는 등의 자료를 제시하면서 2094호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폭넓게 해석해 실행해야 한다면서 중국에 제재 참여의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자세한 것은 중국 정부에 문의해야 하겠지만 (중국은행의) 조치는 유엔 회원국의 제재라고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국 주요 국유 은행이 북한과 거래를 중단했다고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물물 거래 방식 또는 현금 결제 방식이 선호되는 탓에 정식 금융 시스템을 활용한 거래 비중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해본 결과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주요 은행과 북한 금융기관 사이의 협력 관계가 끊어지기 시작해 이번 조치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식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9 11:4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