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출판사 베스트셀러 목록서 퇴출해야"

posted May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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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출판사 베스트셀러 목록서 퇴출해야"

 

황석영
황석영
(서울=연합뉴스) << 출판사 자음과모음 제공 >>
 

"한국문단 거목 황석영 작품까지"..사재기 파문에 출판계 당혹감

 

"사재기 처벌 강화해야" 지적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백나리 기자 = 출판계의 '고질병'인 사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 문단의 거목인 황석영을 비롯해 김연수 등 촉망받는 작가들의 작품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재기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사재기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문단 거목 황석영 작품까지…" = 이번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책은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등이다. SBS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은 지난 7일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펴낸 '여울물 소리'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등 3권을 사례로 제시했다.

 

황석영은 방송이 나간 뒤 자신은 사재기 의혹과 관련이 없다고 즉각 해명하며 해당 작품을 절판시키겠다고 밝혔다. '여울물 소리'는 작가가 등단 50년을 기념해 발표한 소설로, 지난해 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황석영은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주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런 일"이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연수도 "사재기를 할 이유가 없다. 사재기를 원하지도 않고 원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베스트셀러 위주 도서 판매 구조가 사재기 부추겨 =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 의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재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출판계 내부에서 대대적인 자정 노력을 벌였지만, 사재기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들이 사재기가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재기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도서 판매 구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이 책 판매 부수와 직결되다 보니 사재기 등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일단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고 보자는 출판사들의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출판불황도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12 출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간된 신간은 8천690만부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예스24,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등 이른바 '빅 4' 온라인 서점에 매출이 집중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온라인 서점 초기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최고의 마케팅으로 여기다 보니 출판사들이 사재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소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베스트셀러에 올리기 위해 반값 할인, 쿠폰 제공, 온라인 서점 통한 책 무료 제공 등 '유사 사재기'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책 사재기는 출판문화와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 범죄"라면서 "세계 10대 출판 대국이라는 외형에 맞지 않는 부끄럽고 치욕스런 사재기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아무런 연관성도 없이 절판 선언까지 하는 비극적 사태로까지 번져 착잡한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고 통탄해 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처벌 강화 목소리 높아 = 문제는 사재기 의혹이 제기돼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서점을 통한 인터넷 구매에 의한 조직적 사재기는 적발하기도 어렵고 잘 드러나지도 않아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혐의를 포착해도 출판사가 발뺌하면 더 이상 밝혀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사재기 처벌 조항을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엄격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는 사재기를 하는 출판사나 저자에 대해 1천만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돼 있다.

 

백 연구원은 "과태료 조항은 경찰에 수사 의뢰조차 불가능한 경범죄에 해당하는데 문제의 심각성과 문화적 해악을 고려해 벌금형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면 사전 방지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베스트셀러 목록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독서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본연의 순기능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베스트셀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국 단위의 베스트셀러 집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수의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집계해 발표하는 현재의 구조는 사재기 행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은 판매정보회사 등이 전국적인 집계를 하고 있어 베스트셀러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출판계 내부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재기로 적발되면 최소 5년 정도 해당 출판사가 펴낸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내부 고발자 포상 제도를 운영하는 등 출판계가 사재기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백 연구원은 "독자들이 베스트셀러에 휩쓸리기보다는 다양한 안목으로 좋은 책을 선택한다면 베스트셀러 목록의 의미는 많이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8 09: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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