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아이돌·오디션 출신 등 새 앨범 잇따라.."세대 다양, 장르 풍성"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올봄 음원차트가 요동치고 있다.
'가왕'(歌王) 조용필과 월드스타 싸이가 주도권을 쥔 가운데 인기 걸그룹의 반격,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의 선전이 겹치면서 주요 음원차트 1위가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모양새다.
싸이와 조용필이란 두 쌍두마차를 피해 앨범을 발표하려는 가수들이 5월에 몰리면서 이같은 현상은 다음달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도 이효리, 신화, 2PM 등의 인기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표한다. 신인 가수들은 앨범 발표를 미룰 정도로 '5월 가요계 대란'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음악 관계자들은 "올봄 가요계는 여느 때보다 다양성이 두드러진다"며 "중견 가수부터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까지 세대와 장르가 한층 풍성해졌다. 그로 인해 가수들에게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용필과 싸이..도전과 소통에 성공 = 조용필과 싸이는 지난 수년간 '아이돌이 만능'이라고 여긴 가요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조용필은 10년 만의 새 앨범, 싸이는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이을 신곡이어서 엄청난 부담 속에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모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지난달 23일 발매와 함께 음원차트 1위를 휩쓴 조용필의 19집 '헬로'(Hello)는 지난 2일까지 공장에서 9만장이 출고된 상태로 판매량 10만장 돌파를 눈앞에 뒀다. 조용필에게 광고 출연과 대학 축제 섭외, 조용필의 자기 브랜드 혁신을 배우겠다는 기업체의 특강 요청이 이어졌다. 그는 타이틀곡 '헬로'로 23년 만에 TV 음악프로그램 1위도 차지했다.
싸이의 '젠틀맨'은 지난주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5위에 올랐다. 이번주 이 차트 26위로 하락했지만 미국 프로모션이 이제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2억7천만 건을 돌파한 상태. 이 뮤직비디오는 최근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온라인 동영상'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들의 성공 기반에는 도전과 소통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조용필은 젊은 감각의 혁신적인 음악에 도전해 다양한 세대의 공감대를 얻었고, 싸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살린 음악으로 승부해 다시 한번 세계 팬을 아우르는 저력을 보였다. 이들 곡의 인기는 음원차트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월드스타 싸이 |
◇걸그룹 삼파전..남성그룹 신구 대결 = 포미닛과 시크릿, 티아라엔포 등의 걸그룹들은 지난달 말 새 앨범을 잇달아 발표했다.
세 팀 모두 지난해 인기가 주춤했기에 어느 때보다 사활이 걸린 앨범. 특히 아이돌 그룹의 성장세가 둔화한 상태여서 각기 다른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차별화를 꾀했다.
포미닛은 '핫 이슈'(Hot Issue)로 데뷔하던 때처럼 강렬한 이미지와 음악으로 돌아왔다.
타이틀곡 '이름이 뭐예요?'는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랫말과 중독성 있는 힙합 사운드 덕에 각종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좀비를 등장시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 유튜브 조회수가 400만 건에 육박했다.
반대로 시크릿은 "우리의 최고 장점인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타이틀곡 '유후(YooHoo)'는 '포이즌' '토크 댓' 때의 섹시 콘셉트와 달리 히트곡 '샤이보이' '별빛달빛'의 맥을 잇는 발랄함이 포인트다.
티아라 네 멤버로 구성된 티아라엔포는 대중적인 복고 감성을 들고왔다. 타이틀곡 '전원일기'는 신나는 클럽 댄스곡이지만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의 주제곡 멜로디를 담아 재미있다. 뮤직비디오에도 최불암, 김수미 등이 출연했으며 멤버들은 시골소녀로 변신해 서울 상경기를 연기했다.
반면 남자 그룹들은 신구(新舊) 대결이 눈길을 끈다.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신화와 데뷔 5주년인 2PM이 각각 새 앨범을 선보인다.
오는 16일 정규 11집 '더 클래식'을 발표하는 신화는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새 앨범으로 방송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며 다음달 8일 홍콩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 '2013 신화 그랜드 투어 더 클래식'도 펼친다.
신화에 앞서 2PM은 오는 6일 열두 트랙을 담은 정규 3집 '그로운'(GROWN)을 낸다. 더블 타이틀곡 '하.니.뿐'과 '이 노래를 듣고 돌아와'로 활동하며 오는 6월 국내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걸그룹 포미닛 |
◇이효리·서인영·아이비..솔로 여가수 가세 =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이효리를 비롯해 서인영, 아이비 등 솔로 여가수들도 이 경쟁에 가세한다.
오는 21일 정규 5집을 발표하는 이효리는 앞서 오는 6일 수록곡 '미스코리아'를 먼저 선보인다.
최근 공개한 '미스코리아'의 티저 영상에는 미스코리아로 뽑히는 '충북 진' 이효리가 흑백 화면으로 등장한다. 빅밴드 풍의 흥겨운 비트에 '비코즈 아임 어 미스코리아(Because I'm a Miss Korea),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걸이야~'란 노랫말이 흐른다. 이미지도 음악도 복고 감성이 물씬 풍긴다.
이효리가 타이틀곡을 댄스곡으로 내세울 예정인 반면 서인영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택한다.
오는 15일 미니음반을 발표하는 서인영은 발라드풍의 타이틀곡 '헤어지자'를 통해 저평가된 가창력의 장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걸그룹 쥬얼리 시절과 솔로 활동에서 댄스곡을 주로 선보였지만 때론 발라드곡으로 숨은 가창력을 드러낸 적도 있다. 현재 가수 박선주로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비는 미니음반 '인터뷰'(INTERVIEW)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앨범에서 발라드로 활동했지만 데뷔 시절 '섹시 디바'로 유명세를 탔던 만큼 이번에는 댄스곡으로 활동한다.
소속사인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 초로 컴백을 고려하고 있지만 8월로 미룰 계획도 있어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이효리 |
◇로이킴·홍대광·유승우..오디션 스타도 봇물 = 엠넷 '슈퍼스타K 4', SBS TV 'K팝 스타' 시즌 2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음원차트에서 선전하는 흐름도 계속될 전망이다.
'슈퍼스타K 4' 우승자인 로이킴은 자작곡 '봄봄봄'으로 조용필과 싸이를 제치고 음원차트 1위를 휩쓸어 화제가 됐다.
컨트리풍에 복고 감성을 더한 포크로 일부에서는 고(故)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비슷한 느낌이란 지적도 있지만 음원차트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경쾌한 기타 사운드가 봄이란 계절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
로이킴과의 경쟁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밴드 딕펑스는 첫 앨범 '비바 프리마베라'(VIVA PRIMAVERA)를 발표, 타이틀곡 '비바 청춘'으로 활동 중이다.
역시 같은 프로그램 출신인 홍대광이 첫 앨범 '멀어진다'를 선보였으며 유승우가 미니음반 출시에 앞서 수록곡 '너와 나'를 발표해 음원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
더불어 'K팝 스타' 시즌 2 우승자인 악동뮤지션은 재기발랄한 자작곡으로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 이미 프로그램 출연 당시 발표한 '다리꼬지마' '매력있어' 등의 곡이 음원차트 정상을 찍은 데 이어 최근 발표한 SBS TV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OST 곡 '아이 러브 유'(I Love You)가 각종차트 10위권에 포진해있다.
'슈퍼스타K 3' 준우승팀인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지난해 발표한 '벚꽃엔딩'이 1년 만에 다시 음원차트 정상을 찍은 것도 이 흐름을 부각시켰다.
오디션 스타들은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자작곡으로 승부해 아이돌 가수들의 후크송에 지친 대중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슈퍼스타K 4' 우승자 로이킴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4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