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도 정치 참여…유권자로 당당히 나설 것"

posted Apr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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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왕지연 회장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왕지연 회장
28일 오후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창립식에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왕지연 회장.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창립식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이주여성들이 정말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려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과 똑같이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죠."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이하 연맹)의 왕지연(39) 회장은 28일 오후 서울 대방동 이투데이빌딩에서 열린 이 단체 창립식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이주여성의 정치 참여 필요성을 이렇게 힘줘 말했다.

 

이 단체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2008-2009년에 걸쳐 진행한 '2010 지방선거, 제1호 국제결혼 이주여성 의원만들기 프로젝트', 지난해 6-10월 진행한 '2014 지방선거 결혼이주여성 의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선거와 관련한 교육을 받고 정치 의식을 키운 이주여성들이 주축이 됐다. 몽골, 베트남, 중국, 일본, 키르기스스탄 등 각국 이주여성들이 망라됐다.

 

한국에 온 지 12년이 된 왕 회장 역시 2008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정치와 선거에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대부분 한국어 교육이나 요리 교실 같은 초기의 이주자들을 위한 것들이 많은데, 저처럼 정착해서 오래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거든요."

 

이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고, 여기서 전혀 몰랐던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도 당시 1기 교육생이었다.

 

"다른 이주여성들도 한국의 사회와 정치에 대해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를 만들게 됐습니다."

 

연맹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유권자 교육을 통해 이주여성들의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이주여성들은 선거권이 있다는 것조차 몰라서 투표를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도 영주권이 있으면 된다는 걸 몰라요. 그리고 누구한테 표를 줘야할 지도 모르죠. 선거홍보물을 보고 얼굴이 착하게 생긴 사람을 찍는 경우도 많고요."

 

왕 씨 자신도 예전엔 그랬다. 이런 부분을 교육을 통해 바꿔나가려고 한다. "지금 임원이 20명, 회원은 150명 정도 되는데, 지역 지부를 통하면 인식의 지평을 빠르게 넓혀 갈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 단체 차원에서 후보를 낼 계획은 아직 없다.

 

"결혼이주여성 몇 분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뉴스는 봤지만, 아직 접촉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연맹 내부에서도 뜻있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아직은 준비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다고 정치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도가 있는지, 얼마나 배웠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미리 "밭을 갈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주여성이란 이름으로 출마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우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죠."

 

이날 창립식에서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나서 '민주주주의란?' '선거가 뭘까?' '선거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대한민국은 외국인도 투표할 수 있는 나라' 등을 발표하며 선거 참여 의지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애초에 지난 21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연기됐다. 세월호 참사에는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들도 다수 희생돼 이주여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한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아 사고로 인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왕 회장은 "이번 사고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가 엄마로서 더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야 우리 자녀들도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8 17: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