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빼고 세월호 슬픔 함께 나눈 특별한 연등회

posted Apr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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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연등행렬이 펼쳐진 가운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의미로 연등을 놓아 만든 '아픔을 함께'라는 글씨가 어둠을 밝히고 있다.

 

 

음악·율동 대신 꽃상여·만장 앞세우고 5만명 추모 행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흥을 돋우는 음악과 신나는 노래도, 화려한 율동도 없었다. 대신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꽃상여를 앞세우고 길게 이어진 연등행렬 참가자들의 얼굴에선 밝은 표정을 찾기 어려웠다.

 

26일 저녁 서울 동대문부터 종각사거리 구간에서 5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행렬은 예년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고통과 슬픔을 함께", "신속한 사후처리, 책임지는 행정", "배 고프지? 엄마랑 밥 먹자"…….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연등행렬이 펼쳐지고 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100여 개의 만장(輓章) 뒤로 붉은색과 흰색 장엄등 행렬이 이어졌다. 흰색 장엄등은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적색 장엄등은 실종자들이 시민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을 상징한다.

참가자들은 '무사귀환 극락왕생'이라고 쓰인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일부는 검정 조끼를 단체로 맞춰 입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뜻에서 올해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를 천도의식과 추모재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1천년 역사를 지닌 중요무형문화재 122호 연등회에는 한과 흥이 함께 서려 있다. 즐거울 때는 축제였고, 힘든 시기에는 넋을 달래는 의례였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스님들이 흰색 연등에 노란 리본을 달고 연등행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연등회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했다.

 

 

행진이 끝난 뒤 종각 사거리에서 열린 회향한마당 이름도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기원의 장'이었다. 강강술래 등은 생략하고 희생자 넋을 달래고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천도의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이날 오후 필동로 동국대 운동장에서는 연등법회가 열렸다.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모든 악업과 장애를 없애고 두려움을 멀리함으로써 구하는 바를 만족시키고자 설법했던 천수경(千手經) 독경, 큰 고난이 있을 때 다 함께 기도하고 정진하는 정근(精勤), 축원의식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모든 국민이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버리는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기원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열린 연등행렬에서 참가자들이 흰색 연등에 노란 리본을 달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연등회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했다.

 

 

27일 낮 12시부터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열리는 전통문화마당도 연등놀이와 공연은 모두 취소하고 전통문화체험과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 귀환을 염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조계종은 "올해 연등회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준비했다"며 "힘을 합쳐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6 22: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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