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개헌 놓고 찬반 공방

posted May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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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개헌 놓고 찬반 공방>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 일본헌법 시행 66년을 맞은 3일 아베 정권이 7월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걸 헌법 96조 개정 등 개헌 문제에 대해 일본 언론들의 입장과 논조는 찬반으로 뚜렷이 갈렸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헌법기념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개헌발의 요건이 중ㆍ참의원 `과반수 이상'으로 완화되면 "헌법이 일반 법개정과 거의 똑같이 개정 발의가 가능해져 권력 견제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특히 9조는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에의 약속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9조는 잘못 반복 안한다는 국제약속"= 아사히는 현재의 일본헌법이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 국민주권, 평화주의는 헌법개정을 통해서도 바꿀 수 없다는 게 학계의 다수설이라면서 "이는 과거 천황제하에서 군국주의가 초래한 참화의 교훈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사설에서 현행헌법이 97조에서 기본적 인권을 `영구의 권리'로 명기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과반수로 결론을 내는 게 민주주의의 통상적인 룰이지만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이에 반하는 법률은 인정하지 않는 `법중의 법'인 헌법을 일반법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96조 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이니치는 아베정권이 일본의 개헌발의 요건은 너무 엄격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미국, 독일도 개원발의 요건이 상하 양원 3분의 2 이상"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개헌절차가 아니라 개헌논의의 질과 성숙도이며 국회가 구체적인 개헌 내용을 놓고 철저히, 당당하게 논의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위대는 군대 아니다는 허구 해소해야" = 반면 보수 유력지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개헌논의의 기운을 살리자'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일본헌법은 내외정세가 격변했음에도 불구 그동안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면서 "개헌 논의의 근저에는 아베 총리가 지적했듯이 일본인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만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특히 "국민 스스로가 국가의 기본을 논하고 시대에 맞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것"이라면서 "헌법개정의 핵심은 역시 9조로,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다'는 허구를 해소하기 위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확히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産經) 신문도 사설(`주장')에서 "자민당, 일본유신회 등이 96조 개정을 내세워 (이 문제가) 올 여름 참의원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게 됨에 따라 드디어 일본인 손으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산케이는 이어 중ㆍ참의원의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중요 법안 통과가 좌절되는 현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유권자가 참의원을 직접 선출하지 않고 선거인단을 구성해 의원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를 참의원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론, 개헌 필요성 공감 …96조 개정엔 반대 우세 = 일본 국민여론은 개헌 자체에는 찬성 의견이 우세하지만, 개헌발의 요건을 완화하려는 96조 개정 등 `각론' 부분에서는 대체로 찬반이 엇비슷하거나 아직은 반대가 약간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이전 여론조사에 비해서는 `호헌'(護憲)보다는 개헌쪽으로 여론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54%가 96조 개정에 반대, 찬성한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다.'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에 대해서도 "바꾸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52%에 이른 반면, "바꾸는게 좋겠다"는 의견은 39%에 그쳤다.

 

하지만 개헌 자체에 대한 질문에서는 찬성이 54%, 반대가 37%로 찬성의견이 더 많았다.

 

지난 4월20일∼21일 실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도 96조 개정에 대해 반대 의견은 46%, 찬성은 42%였으나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60%로 반대 의견(32%)을 훨씬 앞섰다.

 

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여론조사(4월19∼21일 실시)에 의하면 개헌 찬성은 56%, 반대는 28%로 1년 전 조사때의 찬성 53%, 반대 33%보다 찬반 차이가 더 벌어졌다.

 

NHK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찬성은 42%, 반대는 16%로 2007년 조사때보다 개헌 반대 의견이 8%포인트 감소,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개헌 찬성론이 전보다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 찬성 이유로는 '시대가 바뀌어 현행 헌법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답이 75%,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15%였다.

 

또 교전권에 족쇄를 채운 9조 개정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6년 전보다 5%포인트 높아진 33%, '필요없다'는 응답은 11%포인트 낮아진 30%로 나타났다.

 

ysk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3 10: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