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돌보는 전문 병원 '희망진료센터'

posted Apr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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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건강 돌보는 '희망진료센터'
다문화가족 건강 돌보는 '희망진료센터'
다문화가족과 외국인근로자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희망진료센터' 의료진. 부센터장이자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는 손지훈(39) 서울대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고 있다.
 

2년간 1만3천여명 진료…"체계적인 의료 지원이 강점"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다문화가정 같은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의사들이 하루 나가서 무료 진료해준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해줘야죠. 그런 의미에서 희망진료센터는 취약계층 진료의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희망진료센터'의 부센터장이자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는 손지훈(39) 서울대 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희망진료센터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6월 27일 서울적십자병원 내에 문을 연 희망진료센터는 지난 2년간 1만3천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과 외국인근로자, 탈북 새터민 등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도 비용 부담으로 병원의 문턱을 잘 넘지 못하는 의료소외계층 환자들이 희망진료센터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이 센터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지원 서비스를 하는 곳은 국립중앙의료원의 다문화가정진료센터 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곳이 없었다. 지역별로 공공 의료기관이나 개인 병원들이 간헐적으로 무료 진료를 해주는 게 전부였다.

 

이렇듯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한 의료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이 전문 진료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대한적십자사의 서울적십자병원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지원에 나서 희망진료센터가 탄생하게 됐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전체 운영과 진료를 담당하고, 적십자병원은 시설을 제공하며, 정몽구재단은 센터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한다.

 

이 센터는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다문화가정의 수요가 많은 진료과목 5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의 진료도 서울적십자병원과 협력해 치과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진료를 해준다.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기도 한다.

 

"의료소외계층을 위한 전문화된 서비스를 해주기에는 대학병원이 적절하지 않아요. 그래서 동네 병원과 대학병원의 중간에 있는 '어깨 병원'(2차 병원)이 중요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치료할 정도는 아니고 비용도 너무 많이 나오는 경우에 2차 병원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좋거든요. 특히 다문화가정의 경우에는 병원 시스템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도와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우리 센터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하고 의료진이 다각적인 협업을 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즉각 해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병원은 정몽구재단의 후원으로 외래 진료비와 입원비의 50∼10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 비해 비용 부담이 훨씬 적다. 다문화가정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 진료를 해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손 교수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결혼이주여성과 탈북 새터민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대부분 젊은 결혼이주여성들은 몸이 아프다기보다는 한국 생활의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과 나이 차이로 인한 갈등, 술취한 남편의 폭행 등으로 힘들어 하는데, 말이 잘 안 통하니까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점점 심해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또 한국에 온 지 5-6년이 지나도 한국말이 잘 안 되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러다보니 자녀 교육에도 어려움을 겪고 엄마와 아이 모두 우울증을 앓게 되죠. 엄마는 상담으로, 아이들은 놀이치료를 받게 해 상태가 나아진 사례들이 있습니다."

 

탈북 새터민의 경우에는 탈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손 교수는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 그런 환자들의 증상을 덜어줬다.

 

최근에는 중병으로 임종 직전에 있는 다문화가족과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종을 맞게 된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을 위한 교육 강좌도 자주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강좌들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다.

 

하지만, 희망진료센터가 개소한 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아 다문화가족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주로 보건소나 지역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환자들이 많다고 손 교수는 아쉬워했다.

 

"우리 센터가 조금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로 기관에서 (환자를) 많이 보내주시는데,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아직 별로 없어요. 앞으로는 다문화가족을 비롯해 의료소외계층 환자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합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3 10: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