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학자들이 비판적으로 본 중국 사회주의

posted Apr 17,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신간 '전리군과의 대화'·'사회주의 중국은 행복한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첸리췬(錢理群·전리군) 전 베이징대 교수는 '영원한 청년 학자'로 불릴 만큼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저술활동을 펴 온 중국의 대표적 비판 지식인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저서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1949~2009: 다르게 쓴 역사'(이하 '다르게 쓴 역사')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영향을 받은 중화인민공화국 60년 역사를 민(民)이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첸리췬이 2012년 가을 방한 당시 국내 학자들과 진행한 '다르게 쓴 역사' 출간 기념 집담회 내용을 엮은 책 '전리군과의 대화'(연광석·이홍규 엮음)가 출간됐다.

집담회에는 한국의 대표적 루쉰(魯迅) 연구자로 첸리췬을 처음 한국에 소개한 박재우 한국외대 중국어대 교수를 비롯해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홍규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책은 첸리췬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글로 시작해 민간사회주의, 민족주의,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민주'의 모순, 모택동 사상 등 주제에 대한 한국 학자들과의 대화, '다르게 쓴 역사'에 관한 이해를 돕는 논문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책을 엮은 이홍규 교수는 "첸리췬은 중국 현대사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분법 속에 배제됐던 '민주주의'의 문제를 철저하게 드러냈다"며 "이 집담회는 중국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의 오늘을 파악하고, 나아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민주적인 동아시아의 미래를 구상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썼다.

한울아카데미. 232쪽. 1만8천원.

트로츠키주의적 관점에서 중국 사회주의를 '사회주의 옷을 입은 봉건왕조'로 비판한 기타무라 미노루(北村稔) 리쓰메이칸대 문학부 교수의 '사회주의 중국은 행복한가'(한울아카데미)도 출간됐다.

트로츠키파는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산업 고도화를 거치지 않은 채 농업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봉건제도를 없앨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도 거치지 않아 구체제의 잔재를 여전히 남겼다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기타무라 교수는 이같은 관점에서 "중국 사회주의 역시 혁명을 거친 것이 아니라 봉건 왕조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봉건시대의 토대에서 사회주의라는 외부 요소를 덧붙여 성립한 탓에 봉건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성격을 띠었고, 이런 상태에서 진행된 사회주의화는 봉건주의적 '인치'(人治)로 귀결됐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사회주의라는 이름 아래 법률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태, 즉 문화대혁명이 발생해 엄청난 인적 피해를 냈고, 구체제의 지배계급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식인들을 배제하면서 생산수단 개혁에 필요한 기술지식도 고갈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불완전한 사회주의화를 거친 중국이 외형적으로만 팽창했을 뿐 국민은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로 고통받는 현실을 볼 때 중국 사회주의는 기존 체계의 모순을 타파하고 혁명과 진보의 정신을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김동욱·이용빈 옮김. 215쪽. 2만원.

 

 

pul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7 07:30 송고


Articles

337 338 339 340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