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의 그 언어로 쓴 만주실록 첫 완역

posted Apr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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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만주학센터, 만주어본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병자호란을 시대 배경으로 삼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 등장하는 모든 만주족 군인은 만주어를 쓴다. 주연배우 박해일을 비롯한 조선인도 능숙한 만주어를 구사한다.

청을 건국하고 한때 세계를 지배한 여진족이 사용한 만주어는 지금은 거의 죽은 언어가 되었다. 중국 신장위구르 시보족(錫伯族) 정도만 사용하는 이 만주어가 느닷없이 21세기 한국 영화관에서 살아났다는 점이 이채롭기도 하다.

 

주연 박해일과 만주족 장군으로 열연한 조연 류승룡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사용한 그 만주어로 쓴 청 제국의 장대한 건국기인 만주실록(滿州實錄)의 만주어본이 최근 국내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도서출판 소명출판이 기획하는 '문화동역학 라이브러리' 시리즈 16번째 성과물로 나온 이번 '만주실록 역주'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가 지난 2년간 시도한 번역윤독회의 성과물이다. 번역에는 이 연구원 HK교수인 김선민 박사와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어 자문을 한 이훈 고려대 사학과 강사를 비롯한 12명이 참가했다.

 

만주실록은 청나라 전성기인 건륭제 재위 44년(1779) 무렵에 완성된 역사서로, 제목으로만 보면 만주족, 혹은 청나라 통사일 듯하지만, 실제는 건국 시조인 누루하치 일대기다. 그전에 이미 나와 있던 태조실록 여러 종을 토대로 해서 총 83폭에 이르는 삽화를 곁들여 제작했으며 한문과 몽고어, 만주어의 3개 언어로 기록했다는 점이 특색이다.

 

이번 만주학센터 번역은 이 중에서도 만주어 부분을 완역한 것이다.

김선민 박사는 "만주실록은 1992년 당시 서울대 최학근 교수가 몽고어 부분을 번역해 냈다"면서 "이번 만주어 번역은 몽고어 완역과 일본에서 나온 각종 역주본, 그리고 원래의 한문 텍스트 등을 참조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번역본은 로마자로 표기한 만주실록 원문을 한 줄씩 제시하고, 그 바로 밑에 그에 해당하는 한국어 번역을 싣는 체제를 채택했다. 따라서 기존 번역본에 익숙한 독자들은 읽기가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만주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레 편리할 수도 있다.

 

만주학센터는 만주실록이 그 이전, 특히 강희제 시대에 나온 태조실록과는 다른 의도와 체제를 지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강희제 시대 '태조고황제실록'이 누루하치의 언행을 미화하고 그것을 고상한 문장으로 윤색하고자 한 데 비해 만주실록은 그의 용맹하고 순박한 풍모를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만주족의 옛 전통과 상무성을 강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시간을 표시할 때 중국식의 간지를 사용하지 않아 2월을 '봄의 중간 달'이라 하고, 4월을 '여름의 첫 번째 달', 9월을 '가을의 마지막 달'과 같은 식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특히 만주실록은 다양한 삽화를 수록함으로써 문자기록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사실적이며 생동감 있는 시각자료를 제공한다. 이런 삽화를 통해 당시 만주인·몽고인·한인의 복식과 무기 혹은 그들의 생활방식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주학센터는 '만문노당'(滿文老당<木+當>)과 '이성록'(異城錄)을 비롯한 만주어 문헌에 대한 역주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만주어사전도 향후 1~2년 낼 예정이다.

479쪽, 3만5천원.

taeshi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7 10: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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